2021년 12월 25일, 기아나 우주센터에서 아리안 5 로켓이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James Webb Space Telescope, 이하 JWST)을 싣고 날아올랐습니다. 로켓에서 무사히 분리된 JWST는 태양과 지구의 중력이 평형을 이루는 5개의 지점 중 하나로, 지구에서 태양 반대 방향으로 약 150만 킬로미터 떨어진 L2궤도에 2022년 1월 24일 무사히 안착했고 본격적인 관측을 위한 길고 지난한 몸풀기에 들어갔지요.
우주망원경은 드문 존재가 아닙니다. 지금까지 많은 망원경이 우주로 발사되어 지구 바깥에서 관측을 수행했고 여전히 현역으로 활동하고 있는 우주망원경도 적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JWST는 유독 특별한 취급을 받는 분위기지요. 왜일까요?
기존의 우주망원경 대부분은 각자 특수한 목적을 갖고 그 목적에 최적화된 관측 장비를 탑재하고 있었습니다. 가장 대표적이고 잘 알려진 것이 바로 케플러 우주망원경입니다. 케플러 우주망원경은 행성이 모항성 앞을 지나가며 빛을 가리는 순간을 포착해 행성의 존재와 물리량을 확인하는 것을 목적으로 했고 그를 위한 임무를 충실히 그리고 성공적으로 수행해 외계행성 천문학의 새로운 이정표를 썼지요. 다른 관측도 일부 가능했지만 어디까지나 행성 관측에 최적화된 망원경이었습니다. 마이크로파로 우주배경복사를 연구하기 위한 플랑크 우주망원경, 적외선으로 성간먼지 속 천체를 연구하기 위한 스피처 우주망원경, 고에너지 천체를 연구하기 위한 찬드라 엑스선 망원경, 별의 정확한 위치를 측정하기 위한 가이아 우주망원경 등 다양한 목적의 우주망원경들이 존재했고 지금도 우주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이런 우주망원경들과 비교하면 JWST는 특수한 목적을 갖고 있지 않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그 유명한 허블 우주망원경(Hubble Space Telescope, 이하 HST) 또한 JWST처럼 다양한 종류의 관측과 연구에 사용할 수 있는, 일종의 다목적 우주 망원경입니다. HST는 태양계부터 항성, 외계행성, 블랙홀, 심우주와 외부은하까지 천문학 전범위에 걸쳐 독보적인 존재감을 드러낸 망원경으로, JWST는 바로 HST의 후속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JWST의 목적은 특정 분야나 대상에 한정되어 있지 않으며 천문학 분야 전반에 걸쳐 다양한 관측을 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습니다. 어떠한 것을 관측할 수 있을지조차 한정되어있지 않기 때문에 관측이 이론을 이끄는 시대가 돌아올 것이고, 천문학의 역사를 새로 쓸 것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분야 구분 없이 모든 천문학자들이 JWST의 성공적인 발사에 흥분하는 이유입니다.
아쉽게도 JWST가 HST를 완벽하게 대체하지는 못합니다. HST는 자외선부터 가시광, 적외선까지 폭넓은 빛을 관측할 수 있었지만, JWST는 그중에서도 가장 다양한 천체와 현상을 관측할 수 있는 적외선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대신 JWST는 HST에 비해 압도적으로 커진 구경과 발전된 관측 장비들을 갖고 있기에 깊고 멀고 어두워 HST로는 보지 못했던 우주의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는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습니다.
JWST가 다루지 못하는 다른 파장의 빛은 이후 발사될 망원경이 관측할 예정입니다. JWST가 HST나 다른 우주망원경과 비교해 어떤 성능이 더 좋아졌는지, 왜 하필이면 지구에서 너무 멀어서 수리도 어려운 L2 궤도에 있는지 등에 대해서는 이미 많은 기사와 뉴스에서 다루었습니다. 특히 미국 우주망원경연구소(STScl)의 손상모 박사님이 개인 페이스북과 인터뷰(1, 2), 기고문(과학잡지 에피 19호) 등을 통해 좋은 글을 많이 써주셨지요. 이 글에서는 JWST에서 가능한 관측 종류에 관해 이야기해 보고자 합니다.
Early Release Observations (ERO)
우리가 가장 먼저 접하게 될 JWST의 공식적인 관측 데이터는 ERO입니다[1]. 이름 그대로 초기 공개 관측의 결과지요. JWST의 공식적인 첫 활동이라고 할 수 있으나 ERO의 관측 대상은 철저히 비밀에 부쳐져 있습니다. 소수의 관계자를 제외하고는 JWST의 개발자들도 그 내용을 모른다고 하네요. 다만 JWST의 데뷔를 장식하고 망원경으로서의 능력을 한눈에 보여줄 수 있는 관측이 될 것이라고 예상할 뿐이지요. 참고로 HST의 공식적인 최초 이미지는 NGC3532라는 성단 속 별 HD96755였습니다[2].
Guaranteed Time Observations (GTO), General Observation (GO)
ERO는 JWST의 성능을 보여주려는 목적이 크지만, 그 이후부터는 과학적 목적을 가진 다양한 관측들이 동시에 진행됩니다. 이때 이루어지는 관측은 크게 Guaranteed Time Observations (GTO), General Observation (GO), 그리고 Early Release Science (ERS)로 나누어집니다[3]. GTO는 JWST의 개발에 참여한 천문학자들에게 각자의 지분에 따라 제공되는 관측 시간입니다. GO는 전 세계 천문학자들이 제출한 제안서 중에서 심사를 통해 선정된 관측입니다. GTO와 GO의 데이터는 그 관측을 제안하고 수행한 천문학자들에게 1년 동안 독점권을 줍니다. 열심히 조사하고 계획하고 관측했는데 다른 사람이 그 데이터로 먼저 결과를 발표해버리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함이고 대부분의 천문학 관측 데이터에 적용되는 규칙입니다. 관계자를 제외하고는 데이터를 볼 수 있는 건 관측이 끝나고 적어도 1년이 지난 다음부터지요.
Early Release Science (ERS)
반면 ERS는 ERO와 GTO/GO의 사이에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ERS의 목적은 과학적 임무를 수행하는 동시에 JWST의 성능과 과학적 가치를 과학자 커뮤니티에게 전달하고 더 많은 천문학자들이 JWST를 즉각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 것입니다. 일정 기간 독점 기간을 가지는 GTO/GO와 달리 ERS는 원본 관측 데이터뿐 아니라 자료 처리를 마친 데이터, 때에 따라서는 자료 처리 방법이나 매뉴얼, 소프트웨어 도구까지 거의 즉시 제공됩니다. ERS 역시 다른 관측과 마찬가지로 심사와 경쟁을 통해 선정되었지만 과학 커뮤니티 공동의 이익을 위해 천문학자들이 데이터 독점권을 포기한 것이지요. 덕분에 전 세계에 있는 누구라도 컴퓨터와 인터넷만 있다면 JWST의 따끈따끈한 관측 데이터를 직접 해석하고 연구할 수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손쉽게 JWST의 관측 데이터를 접하고 다룰 수 있다면 JWST를 효과적으로 활용한 관측 제안 역시 늘어날 것이고, 그만큼 JWST의 잠재적 가치와 성과는 커지겠죠.
그런 만큼 ERS는 JWST 성능을 골고루 활용할 수 있는 13개의 관측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4]. 즉, ERS의 관측을 보면 JWST로 무엇이 가능할지 가늠해 볼 수 있지요. ERS는 크게 6개의 카테고리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은하와 은하 간 물질, 거대질량 블랙홀과 그 호스트 은하, 행성과 행성의 형성, 태양계, 항성물리학, 마지막으로 항성 분포입니다. 카테고리별로 많게는 네 종류의 관측이 배정되어 있습니다. 각각의 관측마다 다양한 연구를 포함하고 있고요. 이것만 봐도 JWST가 얼마나 광범위한 천문학 분야를 다루는지 알 수 있습니다. 몇 년 사이에 외계행성에서 생명의 흔적이 발견되고 우주 탄생의 비밀이 밝혀질 수도 있지요.
ERS는 JWST 관측 시작 이후 5개월 이내에 모두 이루어질 예정이기 때문에 늦어도 2023년 봄에는 천문학 전 분야에 걸쳐 놀라운 성과들이 나올 것이고 그 데이터와 결과물은 모두에게 공개될 것입니다. 초등학생부터 아마추어 천문가까지, 누구라도 원한다면 데이터를 직접 만져볼 수도 있고요. 천문학을 사랑하는 이들이 흥분하지 않을 수 없지요.
드넓은 우주를 위한 공정한 데이터 공유
천문학에서 관측 데이터를 공유하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가치를 지닙니다. 지상 거대망원경이든 우주 망원경이든 하나의 기관이나 국가의 과학 예산만으로는 쉽게 감당하기 어려운 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에 모든 천문학자들이 사용할 수 있을 만큼 많이 그리고 자주 만들 수가 없지요. 그렇다고 일부 천문학자들만 최첨단 망원경을 독점하면 천문학의 고른 발전을 기대하기가 어렵습니다. 부족한 망원경의 수를 생각하면 관측 기회를 얻지 못했지만 충분히 가치 있는 연구가 관측 기회를 얻은 연구보다 훨씬 많을 수밖에 없으니까요.
이러한 이유로 제한된 관측 시간을 연구 내용에 따라 최대한 공정하게 배분하는 데서 끝나는 게 아니라 관측 데이터를 모두에게 공개하도록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ERS처럼 관측 직후에 공개되기도 하고, GTO나 GO처럼 일정 기간을 둔 뒤 공개되기도 합니다. 관측 기회를 얻지 못한, 혹은 다른 목적으로 그 데이터가 필요했던 천문학자들이 공개된 데이터를 가지고 다양한 연구를 진행합니다. 여타 자격 조건 없이 모든 이에게 공개되기 때문에 고등학교나 대학교에 있는 예비 천문학자들이 실습이나 독자적인 연구를 하기도 합니다. 실제로 케플러 우주망원경의 공개 데이터를 이용해 고등학생이 지구를 닮은 외계행성 후보를 잔뜩 발견하는 사례도 있었습니다.
앞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JWST도 예외는 아닙니다. 비록 인프라의 한계로 망원경의 수와 관측 시간은 한정되어 있지만 드넓은 우주의 공정한 탐방을 위해 데이터는 만인에게 열어두었습니다. 다목적 망원경인 만큼 이러한 데이터 공유는 더 많고 다양한 발견으로 이어질 것입니다.
메리 스페이스 크리스마스
JWST는 계획부터 발사에 이르기까지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습니다. 작년 12월에도 22일 발사를 앞두고 두 차례나 연기되었지요. 2021년 12월 25일, JWST는 비로소 우주로 날아올랐습니다. 천문학자들이 평생 받아본 것 중 가장 가슴 두근거리는 크리스마스 선물이 되었을 겁니다. 선물의 진짜 알맹이는 아직 꺼내 보지 못했습니다. 관측이라는 가위로 선물 상자의 리본을 푸는 순간, 우리 모두가 (좋은 의미에서) 판도라의 상자에 버금가는 지식과 지혜의 홍수를 겪게 되리라 기대합니다.
태양계부터 심우주의 은하까지
2021년 12월 25일, 기아나 우주센터에서 아리안 5 로켓이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James Webb Space Telescope, 이하 JWST)을 싣고 날아올랐습니다. 로켓에서 무사히 분리된 JWST는 태양과 지구의 중력이 평형을 이루는 5개의 지점 중 하나로, 지구에서 태양 반대 방향으로 약 150만 킬로미터 떨어진 L2궤도에 2022년 1월 24일 무사히 안착했고 본격적인 관측을 위한 길고 지난한 몸풀기에 들어갔지요.
우주망원경은 드문 존재가 아닙니다. 지금까지 많은 망원경이 우주로 발사되어 지구 바깥에서 관측을 수행했고 여전히 현역으로 활동하고 있는 우주망원경도 적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JWST는 유독 특별한 취급을 받는 분위기지요. 왜일까요?
기존의 우주망원경 대부분은 각자 특수한 목적을 갖고 그 목적에 최적화된 관측 장비를 탑재하고 있었습니다. 가장 대표적이고 잘 알려진 것이 바로 케플러 우주망원경입니다. 케플러 우주망원경은 행성이 모항성 앞을 지나가며 빛을 가리는 순간을 포착해 행성의 존재와 물리량을 확인하는 것을 목적으로 했고 그를 위한 임무를 충실히 그리고 성공적으로 수행해 외계행성 천문학의 새로운 이정표를 썼지요. 다른 관측도 일부 가능했지만 어디까지나 행성 관측에 최적화된 망원경이었습니다. 마이크로파로 우주배경복사를 연구하기 위한 플랑크 우주망원경, 적외선으로 성간먼지 속 천체를 연구하기 위한 스피처 우주망원경, 고에너지 천체를 연구하기 위한 찬드라 엑스선 망원경, 별의 정확한 위치를 측정하기 위한 가이아 우주망원경 등 다양한 목적의 우주망원경들이 존재했고 지금도 우주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이런 우주망원경들과 비교하면 JWST는 특수한 목적을 갖고 있지 않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그 유명한 허블 우주망원경(Hubble Space Telescope, 이하 HST) 또한 JWST처럼 다양한 종류의 관측과 연구에 사용할 수 있는, 일종의 다목적 우주 망원경입니다. HST는 태양계부터 항성, 외계행성, 블랙홀, 심우주와 외부은하까지 천문학 전범위에 걸쳐 독보적인 존재감을 드러낸 망원경으로, JWST는 바로 HST의 후속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JWST의 목적은 특정 분야나 대상에 한정되어 있지 않으며 천문학 분야 전반에 걸쳐 다양한 관측을 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습니다. 어떠한 것을 관측할 수 있을지조차 한정되어있지 않기 때문에 관측이 이론을 이끄는 시대가 돌아올 것이고, 천문학의 역사를 새로 쓸 것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분야 구분 없이 모든 천문학자들이 JWST의 성공적인 발사에 흥분하는 이유입니다.
아쉽게도 JWST가 HST를 완벽하게 대체하지는 못합니다. HST는 자외선부터 가시광, 적외선까지 폭넓은 빛을 관측할 수 있었지만, JWST는 그중에서도 가장 다양한 천체와 현상을 관측할 수 있는 적외선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대신 JWST는 HST에 비해 압도적으로 커진 구경과 발전된 관측 장비들을 갖고 있기에 깊고 멀고 어두워 HST로는 보지 못했던 우주의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는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습니다.
JWST가 다루지 못하는 다른 파장의 빛은 이후 발사될 망원경이 관측할 예정입니다. JWST가 HST나 다른 우주망원경과 비교해 어떤 성능이 더 좋아졌는지, 왜 하필이면 지구에서 너무 멀어서 수리도 어려운 L2 궤도에 있는지 등에 대해서는 이미 많은 기사와 뉴스에서 다루었습니다. 특히 미국 우주망원경연구소(STScl)의 손상모 박사님이 개인 페이스북과 인터뷰(1, 2), 기고문(과학잡지 에피 19호) 등을 통해 좋은 글을 많이 써주셨지요. 이 글에서는 JWST에서 가능한 관측 종류에 관해 이야기해 보고자 합니다.
Early Release Observations (ERO)
우리가 가장 먼저 접하게 될 JWST의 공식적인 관측 데이터는 ERO입니다[1]. 이름 그대로 초기 공개 관측의 결과지요. JWST의 공식적인 첫 활동이라고 할 수 있으나 ERO의 관측 대상은 철저히 비밀에 부쳐져 있습니다. 소수의 관계자를 제외하고는 JWST의 개발자들도 그 내용을 모른다고 하네요. 다만 JWST의 데뷔를 장식하고 망원경으로서의 능력을 한눈에 보여줄 수 있는 관측이 될 것이라고 예상할 뿐이지요. 참고로 HST의 공식적인 최초 이미지는 NGC3532라는 성단 속 별 HD96755였습니다[2].
Guaranteed Time Observations (GTO), General Observation (GO)
ERO는 JWST의 성능을 보여주려는 목적이 크지만, 그 이후부터는 과학적 목적을 가진 다양한 관측들이 동시에 진행됩니다. 이때 이루어지는 관측은 크게 Guaranteed Time Observations (GTO), General Observation (GO), 그리고 Early Release Science (ERS)로 나누어집니다[3]. GTO는 JWST의 개발에 참여한 천문학자들에게 각자의 지분에 따라 제공되는 관측 시간입니다. GO는 전 세계 천문학자들이 제출한 제안서 중에서 심사를 통해 선정된 관측입니다. GTO와 GO의 데이터는 그 관측을 제안하고 수행한 천문학자들에게 1년 동안 독점권을 줍니다. 열심히 조사하고 계획하고 관측했는데 다른 사람이 그 데이터로 먼저 결과를 발표해버리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함이고 대부분의 천문학 관측 데이터에 적용되는 규칙입니다. 관계자를 제외하고는 데이터를 볼 수 있는 건 관측이 끝나고 적어도 1년이 지난 다음부터지요.
Early Release Science (ERS)
반면 ERS는 ERO와 GTO/GO의 사이에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ERS의 목적은 과학적 임무를 수행하는 동시에 JWST의 성능과 과학적 가치를 과학자 커뮤니티에게 전달하고 더 많은 천문학자들이 JWST를 즉각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 것입니다. 일정 기간 독점 기간을 가지는 GTO/GO와 달리 ERS는 원본 관측 데이터뿐 아니라 자료 처리를 마친 데이터, 때에 따라서는 자료 처리 방법이나 매뉴얼, 소프트웨어 도구까지 거의 즉시 제공됩니다. ERS 역시 다른 관측과 마찬가지로 심사와 경쟁을 통해 선정되었지만 과학 커뮤니티 공동의 이익을 위해 천문학자들이 데이터 독점권을 포기한 것이지요. 덕분에 전 세계에 있는 누구라도 컴퓨터와 인터넷만 있다면 JWST의 따끈따끈한 관측 데이터를 직접 해석하고 연구할 수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손쉽게 JWST의 관측 데이터를 접하고 다룰 수 있다면 JWST를 효과적으로 활용한 관측 제안 역시 늘어날 것이고, 그만큼 JWST의 잠재적 가치와 성과는 커지겠죠.
그런 만큼 ERS는 JWST 성능을 골고루 활용할 수 있는 13개의 관측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4]. 즉, ERS의 관측을 보면 JWST로 무엇이 가능할지 가늠해 볼 수 있지요. ERS는 크게 6개의 카테고리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은하와 은하 간 물질, 거대질량 블랙홀과 그 호스트 은하, 행성과 행성의 형성, 태양계, 항성물리학, 마지막으로 항성 분포입니다. 카테고리별로 많게는 네 종류의 관측이 배정되어 있습니다. 각각의 관측마다 다양한 연구를 포함하고 있고요. 이것만 봐도 JWST가 얼마나 광범위한 천문학 분야를 다루는지 알 수 있습니다. 몇 년 사이에 외계행성에서 생명의 흔적이 발견되고 우주 탄생의 비밀이 밝혀질 수도 있지요.
ERS는 JWST 관측 시작 이후 5개월 이내에 모두 이루어질 예정이기 때문에 늦어도 2023년 봄에는 천문학 전 분야에 걸쳐 놀라운 성과들이 나올 것이고 그 데이터와 결과물은 모두에게 공개될 것입니다. 초등학생부터 아마추어 천문가까지, 누구라도 원한다면 데이터를 직접 만져볼 수도 있고요. 천문학을 사랑하는 이들이 흥분하지 않을 수 없지요.
드넓은 우주를 위한 공정한 데이터 공유
천문학에서 관측 데이터를 공유하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가치를 지닙니다. 지상 거대망원경이든 우주 망원경이든 하나의 기관이나 국가의 과학 예산만으로는 쉽게 감당하기 어려운 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에 모든 천문학자들이 사용할 수 있을 만큼 많이 그리고 자주 만들 수가 없지요. 그렇다고 일부 천문학자들만 최첨단 망원경을 독점하면 천문학의 고른 발전을 기대하기가 어렵습니다. 부족한 망원경의 수를 생각하면 관측 기회를 얻지 못했지만 충분히 가치 있는 연구가 관측 기회를 얻은 연구보다 훨씬 많을 수밖에 없으니까요.
이러한 이유로 제한된 관측 시간을 연구 내용에 따라 최대한 공정하게 배분하는 데서 끝나는 게 아니라 관측 데이터를 모두에게 공개하도록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ERS처럼 관측 직후에 공개되기도 하고, GTO나 GO처럼 일정 기간을 둔 뒤 공개되기도 합니다. 관측 기회를 얻지 못한, 혹은 다른 목적으로 그 데이터가 필요했던 천문학자들이 공개된 데이터를 가지고 다양한 연구를 진행합니다. 여타 자격 조건 없이 모든 이에게 공개되기 때문에 고등학교나 대학교에 있는 예비 천문학자들이 실습이나 독자적인 연구를 하기도 합니다. 실제로 케플러 우주망원경의 공개 데이터를 이용해 고등학생이 지구를 닮은 외계행성 후보를 잔뜩 발견하는 사례도 있었습니다.
앞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JWST도 예외는 아닙니다. 비록 인프라의 한계로 망원경의 수와 관측 시간은 한정되어 있지만 드넓은 우주의 공정한 탐방을 위해 데이터는 만인에게 열어두었습니다. 다목적 망원경인 만큼 이러한 데이터 공유는 더 많고 다양한 발견으로 이어질 것입니다.
메리 스페이스 크리스마스
JWST는 계획부터 발사에 이르기까지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습니다. 작년 12월에도 22일 발사를 앞두고 두 차례나 연기되었지요. 2021년 12월 25일, JWST는 비로소 우주로 날아올랐습니다. 천문학자들이 평생 받아본 것 중 가장 가슴 두근거리는 크리스마스 선물이 되었을 겁니다. 선물의 진짜 알맹이는 아직 꺼내 보지 못했습니다. 관측이라는 가위로 선물 상자의 리본을 푸는 순간, 우리 모두가 (좋은 의미에서) 판도라의 상자에 버금가는 지식과 지혜의 홍수를 겪게 되리라 기대합니다.
[1] https://jwst-docs.stsci.edu/jwst-opportunities-and-policies/jwst-general-science-policies/nasa-smd-policies-and-guidelines-for-the-operations-of-jwst-at-stsci/policy-4-post-launch-commissioning-of-jwst
[2] https://www.nasa.gov/content/hubbles-first-light
[3] https://www.stsci.edu/jwst/science-planning/calls-for-proposals-and-policy
[4] https://www.stsci.edu/jwst/science-execution/approved-ers-program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