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뉴스 제5호] 흔하지만 아직 무서운 당뇨병, 완치로 가는 길은?(송예진)


※ 과학기술뉴스 제5호 수정발행

금일 오전에 발행하였던 제5호에서 참고문헌 오류가 발견되어 이를 정정하고 재발송합니다. 편집 중 미처 발견하지 못하여 불편을 드린 점에 대해 회원 여러분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며, 참고문헌 오류에 대해 제보해주신 회원 분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과학뉴스선정특별위원회  드림

ESC가 전하는 과학기술뉴스  제5호
Dec. 31th. 2021

 ESC 과학뉴스선정 특별위원회가 준비한 과학기술뉴스를 선보입니다. 쏟아져 나오는 수많은 과학기술 논문과 관련 뉴스 중에서 함께 사유하고 고민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선정하고 재구성했습니다. 즐겁게 읽고 의미있는 논의로 발전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흔하지만 아직 무서운 당뇨병,
완치로 가는 길은?
송예진 (NIA)
흔히들 ‘밥을 많이 먹고 운동을 하지 않아 오는 만성 노화질환’이라고 쉽게 알고 있는 당뇨병. 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당뇨 환자는 1980년 1억8백만 명에서 2014년 4억2천2백만 명으로 추산될 정도로 전 세계적으로 증가 추세가 가파릅니다. 또한 당뇨는 실명, 신기능부전, 심장마비, 뇌졸중, 하체절단 등 갖가지 합병증을 유발하는 무서운 질병입니다.[1] 한국에서도 2018년 기준으로 30대 이상의 성인 인구 중 13.8%가 당뇨를 앓고 있을 정도로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으며, 한 번 발병하면 완치되기 어렵기 때문에 더욱 철저한 건강 관리를 필요로 합니다.[2]

당뇨는 종류도 다양하고 원인도 여러 가지에서 영향을 받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크게 제1형 당뇨, 제2형 당뇨, 임신성 당뇨로 나뉘며, 제2형 당뇨가 전체 당뇨 인구의 90-95%를 차지할 정도로 그 비중이 높습니다.[3] 하지만 이번 뉴스에서는 제1형 당뇨와 관련된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제1형 당뇨는 자가 면역 반응으로 인해 췌장의 베타 세포가 파괴되어 인슐린 분비 기능을 잃게 되는 질환입니다. 인슐린은 혈액 내에 적정 농도의 포도당을 유지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호르몬이며, 혈액의 포도당 농도 조절에 실패하면 여러 가지 질병이 유발됩니다.[3] 보통 소아/유년기에 발병율이 높아 소아 당뇨라는 이름으로 알려져 있는 이 질환은 제2형 당뇨에 비해 생소하지만 2007년부터 2017년까지의 추이를 비교했을 때 매년 환자 수가 3~4% 증가할 정도로 우리 사회에 빠르게 퍼지고 있습니다.[4]
당뇨 관리를 위한 기술 발전
인슐린을 전혀 분비하지 못하는 질병의 특성상 제1형 당뇨 환자들에게 혈당을 측정하고 인슐린 주사를 투여하는 일은 목숨과도 같은 일인데, 하루에도 여러 번 이를 반복하기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이러한 번거로움과 고통을 줄여주고자 최근 10-20년 사이에 기술이 많이 발달되어 제1형 당뇨 환자뿐 아니라 다른 유형의 당뇨 환자들도 그 혜택을 누리고 있습니다.

이런 기기들 중 대표적인 것이 연속 혈당 측정기와 인슐린 펌프입니다. 연속 혈당 측정기는 이름에서 그 역할을 추정해 볼 수 있듯 혈당치와 혈당 추세를 실시간으로 제공해 주는 기기로, 바늘이 달린 센서를 피부에 부착해 놓으면 최대 1~2주까지 자동으로 매분 혈당을 감지해 혈당 정보를 스마트 기기로 모니터링 할 수 있게 도와줍니다. 혈당 추세는 혈당이 얼마나 오르고 내리는지를 예측해 줌으로써 저혈당과 고혈당에 조기 대응할 수 있게 돕고, 혈당 변동량과 추이를 토대로 한 의료 상담을 통해 개인별 맞춤 대처를 도와줍니다.[5]

인슐린 펌프는 인슐린을 체내에 공급해 혈당 조절을 돕는 소형 장치로 여러 번 주사 투여를 해야 하는 부담을 덜어줄 뿐 아니라 소량의 기초 인슐린을 체내에 항상 공급해 줌으로써 일반인의 췌장과 비슷한 환경을 만드는 역할도 합니다. 인슐린 펌프는 혈당이 높아질 때나 식사 때마다 인슐린 주사를 맞아야 하는 번거로움과 어려움을 해소해 주기는 했지만, 여전히 환자 본인이나 간병인이 혈당 측정량을 기반으로 인슐린 투여량을 조절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습니다.[6]

연속 혈당 측정기와 인슐린 펌프는 당뇨 환자들의 질병 관리와 삶의 질을 크게 향상시켜 주었지만, 당뇨 환자들의 가장 큰 공포의 대상인 저혈당 쇼크와 그로 인한 사망을 개선시켜 줄 수는 없었습니다. 이런 위험 요소를 줄이기 위해 개발된 장치가 인공췌장입니다. 인공췌장은 단순히 혈당 측정이나 인슐린 투여뿐 아니라, 혈당 수치와 변화율, 방향에 따라 인슐린 투여량까지 자동 조절함으로써 저혈당 쇼크의 위험을 줄여줍니다. 환자 본인이나 간병인의 조치 없이 자동으로 인슐린이 투여된다고 해서 폐쇄 루프 시스템이라고도 불립니다. 인공 췌장은 앞으로 당뇨 환자들이 더욱 안정적으로 삶을 영위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지만, 이 또한 궁극적으로 당뇨병의 치료제는 될 수 없습니다.[7][8]

새로운 당뇨 치료법의 등장
현재까지 알려진 당뇨 치료법은 췌장 이식술이나 랑게르한스섬 세포 이식술이 전부이지만, 기증 가능한 장기 수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에 이식 환자를 무척 까다롭게 선정하고, 실제 이식을 받기까지 매우 오래 기다려야 합니다. 또한 장기 이식 수술 자체의 위험도 있고, 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나더라도 이식 거부 반응을 막는 면역 억제제를 평생 먹어야 하기 때문에[9] 신장이 완전히 기능을 상실해 투석에 의존해야 하는 중증 당뇨 환자의 경우에만 이식술의 기회가 주어집니다. 또한 랑게르한스섬 세포 이식술은 효과가 아직 입증되지 않았으며 임상실험에서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중증 단계에 이르지 않은 당뇨 환자를 위한 치료법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런데 지난 10월 18일, V사에서 개발 중인 당뇨 치료법의 초기 임상시험 결과가 발표되었습니다. VX-880은 줄기세포를 이용한 랑게르한스섬 세포 대체 요법으로, 기증된 줄기세포를 이용해 인슐린 분비가 가능한 췌장 랑게르한스섬을 체외에서 만들고, 이를 환자들에게 이식함으로써 체내 혈당 조절력을 회복시키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VX-880의 첫 번째 임상시험에서 적정량의 절반을 1회 투여받은 환자에게서 인슐린 투여 필요량이 감소하고 몸에서 인슐린 자체 생산 징후들이 발견되었다고 합니다. 시험 참여 전 환자는 인슐린을 자체 분비하지 못하고 저혈당 쇼크를 다섯 번이나 겪으면서 생명의 위협을 느꼈던 것으로 알려져, 요법 후의 성과가 더욱 의미 있습니다. 발표 내용에 따르면 안정성은 일반적인 면역 억제 요법들과 비슷하게 측정되었으며, 다른 큰 부작용은 보고되지 않았습니다. 한 가지 심각한 이상반응이 발견되었지만, 이는 치료 요법과 관계없는 발진이었습니다.[10] 이 치료법은 기존의 랑게르한스섬 세포 이식술과 작용 기전 면에서는 차이가 없지만, 줄기세포 증식술을 이용해 치료제를 대량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점과 전임상실험을 통해 효과를 입증 받았다는 점, 그리고 균일한 세포의 증식을 통해 많은 환자들에게서 균일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큽니다.

당뇨 치료의 새로운 서막을 연 VX-880은 그 효과와 안정성을 검증 받기 위해 앞으로 여러 번의 산을 넘어야 하겠지만, 이번 연구 결과로 인해 앞으로 시행될 제1형 당뇨환자 17명의 1상, 2상 임상실험 결과에 귀추가 쏠립니다. 또한 캡슐을 이용하면 면역억제제가 필요 없는 요법을 만들 수 있다는 가능성 때문에 역시 V사에서 준비 중인 캡슐에 담은 랑게르한스섬 세포를 이용한 새 연구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아직은 이 요법의 효과가 일시적인 것인지, 많은 사람들에게 보편적으로 이용될 수 있는지, 부작용은 어떤지 등등 많은 질문에 대한 답이 필요하지만, 당뇨 치료를 위한 서막이 열렸다는 사실은 자명해 보입니다. 또한 이를 시작으로 더 많은 당뇨 치료법이 개발되어 모든 당뇨 환자들이 보다 나은 삶의 질을 누리게 될 날이 머지 않기를 기대해 봅니다.

참고문헌

[1] WHO Diabetes. https://www.who.int/news-room/fact-sheets/detail/diabetes
[2] Jung C, Son J, Kang S, et al. Diabetes Fact Sheets in Korea, 2020: An Appraisal of Current Status. Diabetes Metab J. 2021 Jan; 45(1): 1–10. doi: 10.4093/dmj.2020.0254
[3] National Institute of Diabetes and Digestive and Kidney Diseases. What is Diabetes? Dec 2016.
[4] Incidence and Prevalence of Type 1 Diabetes Mellitus among Korean Children and Adolescents between 2007 and 2017: An Epidemiologic Study Based on a National Database. Diabetes Metab J. 2020;44(6):866-874.DOI: https://doi.org/10.4093/dmj.2020.0212
[5] DiabetesMine Team, What Is a CGM (Continuous Glucose Monitor) and How Do I Choose One? Healthline, Dec 2021
[6] WebMD, What Are Insulin Pumps?
[7] U.S. Food & Drug Administration, The artificial pancreas device system. Aug 2018.
[8] UVA Health, Artificial pancreas system better controls blood glucose levels than current technology. Oct 2019.
[9] National Institute of Diabetes and Digestive and Kidney Diseases. Pancreatic Islet Transplantation. Oct 2018.
[10] Annalee Armstrong, A single patient is producing insulin after treatment with Vertex's new diabetes cell therapy. Fierce BioTech. Oct 2021.


글:  송예진(yeajin.song@nih.gov)
NIH(National Institutes of Health) 산하 NIA 소속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현재 파킨슨병과 치매 연구를 위한 데이터 시스템을 구축하고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이용한 정보 분석을 합니다.
그림: 박재령
당뇨병에 대한 과학자들의 노력과 연구를 시각화했습니다.
편집: 김미선 (ESC 과학문화위원회, 도서출판 이김 편집부)
제작: 김래영 (ESC 사무국장)
기획: 민일 (ESC 과학뉴스선정특별위원회 위원장)
발행: ESC 과학뉴스선정특별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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