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만약 인류멸망을 바란다면 지구와 태양계에 맡겨 두면 됩니다. 아무리 길어봤자 약 30억년 정도면 무조건 지구의 인류는 사라질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지금 노랗게 빛나는 귀여운 태양은 수소를 연료로 열심히 자신을 불태우는 중이죠. 하지만 30억 년쯤 지나면 태양의 핵에는 탈만한 수소가 거덜납니다. 그때부터 태양은 헬륨을 태우기 시작하지요. 헬륨을 태우는 과정은 더 높은 온도를 요구합니다. 태양이 더 뜨거워지는 거죠. 그러면 태양 핵 밖의 대류층이나 복사층 일부가 그 열기로 부풀어 오릅니다. 뻘건 색으로 말이지요. 이를 적색거성이라 하는데 그 부푸는 크기가 상상을 초월해서 처음에는 수성을 집어 삼키고 연이어 금성, 그리고 마침내 지구까지 홀라당 먹어버립니다. 그때의 적색거성은 워낙 커서 지구 정도는 그야말로 타오르는 모닥불에 거슬리는 하루살이보다 못한 존재가 됩니다. 지구를 구성하던 모든 물질은 녹아버리다 기체가 되고 다시 원자핵과 전자가 서로 분리되는 플라즈마 상태가 되지요. 지구에 살던 인류도 마찬가지겠지요. 그때까지 존재한다면 말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