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논평][청년·학생위 성명] 민주주의 근간을 훼손한 선거관리위원회를 규탄한다.

2026-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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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C 청년·학생위원회 성명서]
민주주의 근간을 훼손한 선거관리위원회를 규탄한다.

-중앙선거관리위원장 직무대행 입장문 발표에 부쳐-


2026년 6월 3일,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본투표 당일 전국 총 26곳에서 용지 부족으로 기표가 중단되는 사태가 발생하였다. 용지 부족 상황에 대응할 매뉴얼은 부재했고, 내부 보고 체계조차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았다. 선거 관리 체계의 부실로 인해 시민의 참정권이 침해받은 지금, 시민들은 민주주의의 근간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데에 분노하고 있다.

위철환 중앙선거관리위원장 직무대행의 실태 보고는 유권자들의 분노와 불신을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예년의 투표율을 고려한 투표용지 인쇄 비율 하향 조정 조치는, 용지 과다 발행 시 직면할 비판을 피하려는 면피성 행정에 불과하다. 게다가 투표 마감 시간도 제각각이었다. 투표가 더 오래 중단되었던 투표소가 더 일찍 마감되는 역설적 상황이 벌어졌고, 선거관리위원회는 최소 19곳의 마감 시간조차 파악하지 못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헌법기관으로서 어느 기관으로부터도 감사나 제약을 받지 않는 독립성을 보장받는다. 이는 권력이 선거에 개입하는 것을 막기 위해 헌법이 부여한 것이다. 그러나 선거관리위원회는 그 독립성이 확보된 맥락은 뒤로 한 채 편익만을 누렸다. 외부의 감사와 견제를 받지 않는 독립성은 내부 책임 문화의 부재로 이어졌고, 선거철마다 휴직 쏠림 현상이 나타났다. 그로 인한 여파는 이번 선거에서 고스란히 드러났다.

대한민국은 1인 1 투표권이라는 민주주의의 토대를 마련하는 데에 값비싼 대가를 치렀다. 피를 흘리고, 광장을 채우며 지켜온 민주주의의 근간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무책임한 태도 앞에 흔들렸다. 선거 행정에 대한 정당한 분노와 참정권 보장 요구는 그 자체로 받아들여야 마땅하다. 그러나 선거관리위원회의 부실이 만들어낸 혼란 속에서, 참정권을 요구하는 시민들의 목소리는 정치적으로 악용될 위험에 처해 있다. 선거관리위원회는 이 책임 또한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선거관리위원회의 무책임과 행정편의주의로 인한 참정권 침해는 비단 이번 지방선거만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 사회 많은 소수자는 소리조차 내지 못하며 참정권을 침해당해 왔다. 특히, 장애인 선거권의 경우, 권리 보장 여부가 담당 공무원의 이해에 따라 크게 좌지우지되는 실정이다. 장애인을 위한 맞춤형 공보물 전달조차 일괄적으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으며, 현장 상황에 따라 선거인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선거권을 침해받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처럼 정확한 매뉴얼도 없이 주권 행사가 흔들리는 현실은, 현재의 선거관리 체계가 행정 편의를 중심으로 설계된 무성의한 결과물임을 여실히 보여준다.

이뿐만이 아니다. 불안정한 근무 형태와 시간적 제약으로 인해 사전 투표와 본투표 모두에서 투표권을 스스로 포기하게 되는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 본인 확인 과정에서 겪을 모욕과 혐오에 대한 공포로 투표장 방문을 단념하는 트랜스젠더 등 일상화된 배제와 참정권 침해 문제가 산적해 있다. 선거관리위원회와 정부는 이렇게 소외된 주권자들의 고통을 중대하게 받아들인 적이 있는가?

이번 지방선거의 투표용지 부족 사태는 대한민국의 행정 편의주의가 만든 민주주의의 허점이 총체적으로 드러난 사건이다. 우리는 단순히 이 사태를 규탄하고 책임을 묻는 것에만 그쳐서는 안 된다. 모두를 위한 진정한 민주주의는, 이번 사태에 대한 철저한 규명에 더해 근본적인 시스템 개혁과 안전망 구축, 그리고 사회 속 소수자들의 목소리까지 반영할 수 있는 치열한 성찰을 통해서만 비로소 가능할 것이다.


2026년 6월 15일
사단법인 변화를 꿈꾸는 과학기술인 네트워크(ESC) 청년·학생위원회


※ 성명서 문의
청년·학생위원회 위원장 장경철
전화: 1811-1547 | 팩스: 02-6305-5902 | 메일: office@esckorea.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