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사후기]기후·에너지 전환의 딜레마: 유류세와 전력계획 사이에서

전현우
2026-03-22
조회수 224

36d283fa9532e.png


전현우(교통·철학 연구자) 

본 글은 2026년을 맞아 3월 20일 개최된 ESC 지구환경·에너지위원회 오프라인 세미나(기후·에너지 정책과 유류세)의 주요 내용을 간략히 정리한 내용입니다.     

1. 올림픽대로와 노들길을 내려다보며 한강을 건넌 금요일 퇴근시간. 다시 내려간 기름값 덕분에 꽉 막힌 대로는 기후와 에너지 이야기를 함께 하기에 적절한 배경이 되어 줬다.

2. 주제는 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하 12차 전기본)와 유류세였다.

3. 12차 전기본 논의의 쟁점은 하나로 모였다. 정말 원전 2기가 필요했는가? 오래간만에 보는 격론이 오갔다. 나는 일종의 고육책이라는 데 한 표를 던졌다. 2기를 포기했다면, 재생에너지 확대와 탈석탄조차 어렵게 하는 여론전이 지금 보수 언론을 달궜을 것이 뻔해 보였다. 객관적인 에너지 공급 규모나 탄소 배출 저감 기여도에 비해 압도적으로 정치화된 에너지가 원전이라는 건 현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4. 모두가 답을 쉽게 할 수 없던 것이 수소, 그리고 기존 에너지 다소비 산업이었다. 수소가 없으면 난방도 어렵다. 그리고 철을 고로 없이 만들려면 어디선가 무탄소 에너지를 끌어와야만 했다. 냉정하게 말해 포기할 게 너무 많은 상황이다.

5. 유류세 논의는 다른 종류의 포기할 것을 이야기하기 위해 꺼낸 것이다. 자동차가 문제다. 아직 내연기관차가 전체 차량의 97%인 상황인데다 전기차도 교통 문제를 극복할 수는 없다. 그러면 지금의 자동차 중심 체계를 바꾸기 위한 정책적 결단이 필요하고, 이를 위한 이행의 도구가 재정이다. 그러나 재정은 늘 부족하다. 교통 시스템처럼 이미 조세에 깊이 의존하고 있는 거대 시스템의 안정적인 이행을 위해서는 ① 안정적이면서도 외부 비용과 부합하는 수준의 담세원을 확보해, ② 기후 대응과 부합하는 세출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6. 관련된 이야기를 2020년 발간한 책(『거대도시 서울 철도 』, 특히 3부) 에서부터 오랫동안 해 왔다. 그래서 발표자료는 최근의 문제, 즉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의 유류세 인하 때문에 생긴 문제에 집중해서 작성했다.

7. (휘발유 기준) 2020년대의 한국은 세계에서 유류세를 제일 많이 깎아줬고, 사실 유류세를 깎아준 나라는 거의 없고 오히려 거의 모든 나라가 유류세를 올렸다는 그림을 보여주면 문제가 쉽게 공감되리라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았다. 유류세 자체가 낯선 문제였기 때문일 것 같다.

8. 더불어 감세로 인해 투자 여력 자체가 훼손되었다는 것 까지만 포함시켜서 이게 왜 문제인지에 대해 쉬운 이야기를 더하지 못했다. 가령 철도 투자액은 2018~19년 급감했는데, 바로 이 때 2세대 민자철도(GTX, 신안산선) 사업이 본격화되었다. 예산이 없다는 핑계로 민자를 당겨 왔다는 말이다. 또 2022년 유류세 감세 이후에는 교통 건설에 쓰는 돈이 2조원/년 빠졌는데, 기존 세금을 회복해서 돈을 만들었다면 굳이 민자를 당겨 올 필요가 없었다.

9. 천호 님이 말씀하신 '돈을 쓸 부분에 대한 상상', 경숙 님이 말씀하신 '피해와 회복 기금과 유사한 논의', 추령 님이 말씀하신 일반회계와의 역할 분담 및 공정한 배분 문제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 보니 이미 정리된 이야기가 2020년 책 등에 정리된 형태로 있었다. 가령.. 


9f54de9e2c155.png<도표. 교통 관련 세출액으로 필요한 금액>

5d878ae42ef82.png

<도표. 세입과 세출 곡선, 20220~2026>


2020년 『거대도시 서울 철도』부록 4에서는 세출과 세입을 맞춰서 비슷한 수준으로 계산한 바 있다. 약 25~30조 사이에서 예산 천장을 잡고, 세입도 세출도 이 규모에서 과도하게 증가하지 않으면서도 교통 부분의 체질 개선을 할 수 있도록 40년간 투자를 조율해 나간다는 기획이었다. 상세한 설명은 해당 책의 서술 및 다음 페이지를 참조할 수 있다. 당시 계산한 엑셀 파일은 아래 링크에 포함되어 있다. 

부록 4: 교통 부분의 구조 전환을 위한 세입·세출 시나리오, 2020~2060🔗 


당시 자동차 교통량 및 주행세[유류세가 아니라 전기차를 포함하는 모든 차량에 붙이는 주행거리 비례 세제]율도 지역마다 맞춰 시나리오에 집어넣었던 바가 있다. 핵심은 동네마다 대중교통 수준 차이는 구조적으로 어쩔 수 없는 면이 있는데다 혼잡비용은 수도권이 압도적으로 높으므로 대중교통 수준과 혼잡비용을 모두 감안하여 자동차 교통량 감축목표를 지역마다 정해야 한다는 데 있었다. 전국적으로는 절반, 서울은 1/4, 산간벽지도 최소한 20%는 줄이고, 전국 시군구별 주행거리를 모두 확인하여 주행거리 감축량을 산정하였다.  

(아래 그림의 VKT = Vehicle Kilometers Traveled)

289b784cc862a.png


주행거리 감축 목표의 경우 독립적인 연구*에서도 유사한 비율이 제안되었다. 즉, 승용차를 절반으로 줄이는 게 필요하다는 연구가 있다. 이동력 감소를 막으려면 철도 중심의 대중교통이 필수다. 

* 탄소중립과 모빌리티 전환 대비 철도교통 역할과 발전전략🔗
   ㄴ 위 연구의 77페이지.

71df13bbcf796.png

단, 세출의 경우 2020년 당시에는 1) 비수도권 철도망의 대규모 확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었던데다, 2) 2020년대 건설비 상승이 급격하여 철도건설 세출을 대규모로 확대하지 않으면 안 되는 변화가 있었다. 대략 구한 결과는 다음과 같다.0cbde2a3e9e50.png

<전국망 및 초광역망 철도 투자 필요 액수, 2026~2050>


연평균 약 8조원 정도의 돈이 필요하다. 다만, 이것도 최근 지자체가 원하는 철도망의 전체 규모(전체 500조 원)에 비해서는 절반 미만의 규모다. 그래서 세출이 위 그림보다 4-5조 원 정도 늘어날 수 있다. 이 경우 유지보수비 증대를 축소하기 위해 오래된 도로를 포기하거나, 도로 건설을 가능한 빨리 포기하고, 대도시 대중교통 운임 환급을 중단하고 시설 투자를 우선하는 식의 방침이 필요하다고 본다.

피해와 회복 기금과 유사한 생각으로 제시한 것이 '국제철도협력기금'이다. 어떤 생각인가 하면..

1) 경제발전 하면 자동차를 사려고 하는 것은 사실상 보편적 현상이나, 이 경우 온실가스 수습이 불가능하다

1-1) 특히 선진국이 수출하는 중고 내연기관차가 우선 구매될 것이며 이들은 22세기까지 다닐 가능성이 크다

2) 이를 억제하는건 충분한 철도 투자 없이는 불가능하다

3) 그러나 개도국은 선진국처럼 세금을 투입하여 철도를 지을 정도의 세입 기반이 없다

4) 따라서 선진국은 유류세 등 자동차 세금을 증액하여 개도국의 철도 등 대중교통 투자에 투자해야만 한다 

5) 그 규모는 대략 50만 km, 즉 현재 중국 고속철도의 10배, 한국 철도망 전체의 120배 정도다. 

6) 다만 이 가운데 고소득국, 중국(상위 중소득국)은 그 수요를 자체 해결하고, 이외의 중저소득국가에 필요한 철도망 가운데 절반 정도를 고소득국이 공통 기금을 마련하여 부설해야 한다 

7) 돈은 필요 철도망 규모 대비 한국이 GDP 규모만큼(즉, 세계 2.5%) 기여해야 한다. 


『거대도시 서울 철도』보강 11(491~499)에서는 이 규모를 고속철도 1300km, 도시철도 31개 노선으로 추정했다. 도시철도 노선당 2.5조 원, 고속철도 km당 500억 원이 들어가면 약 140조 원 정도.. 40년 분할시 약 3.6조 원/년이다.

다만 부록 4에 실린 세입 세출 그림에서는 1조 원으로 시작, 매년 5%씩 늘어 최종적으로는 4.3조까지 올라가는 걸로 잡았다. 준비에 시간이 필요하니 초기에는 사업비가 적게, 갈수록 많아지게 잡는 식이다.
 

더불어 일반회계와의 역할 분담에 대해서는.. 이들 모든 사업이 안정적으로 끊임없이 전개되려면 특별회계가 있어야 한다는 말을 할 수 있다. 실제로 특별회계가 없던 1990년대 초반까지는 교통 투자 실적 자체가 형편없었고, 2006년경까지는 교통 투자가 일반재정에 비해 더 빠르게 증가하여 자동차 중심 사회로의 변화를 선도했다고 할 수 있다.  


앞으로 인프라 투자를 통해 탄소 중립을 이끌고자 한다면, 선제적으로 돈을 쓸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일반회계보다 더 빠르게 증대될 수 있는 재원을 특별회계로 마련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더불어 스프롤 문제의 장기적 해소에 교통에서 거둔 돈을 써야 한다는 말도 비슷한 이유에서 옹호할 수 있다. 일반회계는 경제 상황이나 정치적 변동에 취약한 반면 특별회계는 그렇지 않다. 교통 시스템, 도시 구조 자체가 매일같이, 개개인 모두의 의사결정이 개입되어 만들어지는 거대한 관성을 가진 시스템인 만큼, 특별회계를 마련하여 가능한 충격으로부터 최대한 완충 장치를 마련한 재정 구조를 확보해야 할 것이다. 더불어 이 회계는 원인자 부담 원칙, 그리고 납세 회피가 어려운 담세원에 의해 세입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며, 이를 위해서는 계산되지 않는 막대한 외부 비용이 존재하는데다 어쨌든 연료를 충전하고 길목을 지나가야만 하는 차량보다 좋은 수단은 별로 없다.

더불어 인프라가 상대적으로 불충분한 상태에서, 인프라에 비해 배당, 이용객 환급 등이 우선시 될 필요는 없고,

차량은 물론, 자동차 연료의 경우에도 소비 일반에 비해 소득이 높을수록 더 많은 양을 소비하는 것이 특징이므로 교통 전환을 위해서는 누진적 세입을 구성하는 게 우선일 것이라는 말을 할 수 있다.

더불어 돈을 쓰는 분야의 경우, 안정적인 세출을 보장하기 위해 '재정 또는 GDP 대비 n%'를 목표로 잡는 경우가 많다. 일종의 투자 준칙인 셈이다. 돈을 어떻게 쓸지에 대한 이야기보다, 세출 규모를 먼저 박고 시작하는 경우도 많다. 교통에 대해 이를 보장해 온 수단이 고율의 유류세이다. 이를 비판하기보다는 (자동차의 외부 비용을 감안해) 활용하되, 한국 및 개도국의 대중교통 중심 전환을 이끄는 데 사용하자는 제안이 기존 저술(『거대도시 서울 철도』, 7~8장, 부록 4)에서 이미 했던 이야기였다.


10. 이 제안 가운데 철도망 구조와 각 도시와의 연결에 대한 논의, 그리고 미래 에너지 체계 속에서 교통의 방향에 대해 이야기 하는 새 책을 마무리하고 있다. 제목은 『외톨이 역을 떠나며』이며. 『거대도시 서울 철도』, 『납치된 도시에서 길찾기』에 이은 3부작의 마무리이다. 5월 출간 예정이니 곧 그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해 보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