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포트]기후위기와 AI - 디딤판을 살피고 진격로를 응시해야 한다.

조천호
2026-04-02
조회수 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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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천호(대기과학자)

우리는 지금 미래의 방향을 가를 거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하나는 전 지구적 재앙으로 번지고 있는 기후위기이며, 다른 하나는 사회·경제·기술·문화 전 영역을 빠르게 바꾸고 있는 인공지능(AI) 혁명이다. 기후위기가 생산과 소비, 도시와 에너지, 일상 전반을 지속가능한 체계로 전환하라고 요구한다면, AI는 의사결정과 운영 방식 자체를 바꾸고 사회 시스템의 재설계를 촉진한다.  

AI는 이제 기후 연구자의 도구이자, 에너지 기업의 최적화 엔진이자, 탄소 감축의 미래로 불린다. AI가 기후위기의 해결사가 될 것이라는 기대는 크다. 그러나 그 기대 뒤에는 그림자가 있다. AI 자체가 막대한 전력을 소비하고, 그 전력의 상당 부분이 여전히 화석연료에서 온다는 사실이다.

AI 전환의 속도는 가속하는데, 기후 대응은 여전히 더디다. AI가 기후위기의 해결사가 될지, 짐이 될지, 그 답은 기술 자체보다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다.

AI의 그림자

세계에너지기구(IEA) ‘에너지와 AI(2025)’ 보고서에 따르면, 데이터 센터 전력 수요가 지난 5년간 연평균 약 12%씩 증가해 2024년 전 세계 전력 소비량의 약 1.5%를 차지했다. 앞으로 전 세계 데이터 센터 전력 소비량은 2030년까지 두 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현재 우리나라 전체 전력 소비량의 대략 1.7배 수준이다. AI는 이러한 성장의 가장 중요한 동인이다. AI 모델의 학습과 추론, 이를 뒷받침하는 데이터센터 확장은 전력 수요를 끌어올려 에너지 소비와 온실가스 배출을 늘릴 수 있다. 다만 데이터센터 전력 사용의 대부분은 AI 때문이 아니다. 스트리밍, 소셜 미디어, 온라인 쇼핑 등 다양한 디지털 서비스가 전력 수요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현재 데이터센터에서 AI가 차지하는 전력 비중은 약 5∼15%로 추정한다.

AI 개발을 주도하는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아마존, 메타 등 거대 정보통신 기업이 집중된 미국은 AI 데이터 센터 전력 수요의 증가 압력이 다른 나라보다 매우 클 것으로 전망한다. 2030년 미국은 전체 전력 소비의 거의 10%를 데이터 센터가 차지할 것으로 전망한다. 하지만 유럽은 2030년에도 3% 미만, 중국은 2% 내외, 아시아·태평양 지역 역시 2% 미만의 낮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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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국제에너지기구(IEA)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지역별 데이터 센터의 전력 소비 비중 변화와 2030년까지의 전망:
출처 The Economist(2025)  


IEA는 데이터센터 신규 전력 용량의 3분의 2가 재생에너지로 충달될 것으로 내다본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은 2026년 86기가와트(GW)의 신규 발전 용량을 추가할 계획이며, 이는 사상 최대 규모가 될 것이다. 계획된 추가 용량 중 태양광 발전이 51%, 배터리 저장 장치가 28%, 풍력이 14%, 가스가 7%를 차지한다. 석탄은 신규 설비 목록에서 완전히 사라졌으며 그밖에 전력원은 0%에 가깝다. 여기에서는 우리나라 일부 언론과 정치권에서 데이터 센터를 위해 꼭 필요하다고 하는 원전과 SMR을 찾을 수 없다. 우리나라는 왜곡된 정보에 의해 우리의 미래 전력원 선택을 왜곡시키고 있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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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 2026년 계획된 미국의 신규 발전 용량. 출처: EIA(2025)


기후위기 대응의 조력자이자 촉진자

AI는 관리 실패 시 기후 부담을 키울 수 있지만, 기존 기후 기술을 더 효과적으로 작동시키는 ‘조력자’이자, 전환 속도를 끌어올리는 ‘촉진자’가 될 수 있다. 특히 전력 시스템에서 AI는 공급·수요의 변동을 더 정교하게 예측해, 분산성과 간헐성이 큰 재생에너지를 전력망에 안정적으로 통합하고 운영 효율을 높이는 데 기여한다.

세계경제포럼(WEF) 자료에 따르면 일부 풍력 프로젝트에서 AI 적용을 통해 경제적 가치가 약 20% 향상된 사례가 보고되었다. 또한 구글은 데이터센터 냉각 시스템에 AI를 도입해 에너지를 최대 40% 절감했다. 구글 지도의 친환경 경로 안내 기능은 연간 수백만 톤 수준의 이산화탄소 배출 감축에 이바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영국 에너지시스템캐터펄트의 보고서는 2025년 한 해 동안 AI 기반 태양광 예측 기술이 영국 전력망의 탄소 배출량을 약 30만 톤 줄이는 데 기여했다고 밝혔다. 전 세계적으로 도입될 경우 AI는 2035년까지 연간 최대 54억 톤의 이산화탄소 감축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추산한다. 이는 현재 전 세계 연간 에너지 부문 배출량의 약 15%에 해당하는 수치이다.

AI의 역할은 에너지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AI 기반 예측 기술은 날씨를 더 정확하게 전망해 가뭄·홍수 등 극한 기상 현상에 대한 조기 경보와 대응을 고도화할 수 있다. 나아가 에너지·교통·건설·산업·농업 등 주요 부문에서 AI는 운영과 공정을 시스템 차원에서 최적화함으로써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핵심 수단이 될 수 있다. 예컨대 AI 기반 정밀 농법은 관개·비료·농약 투입을 필요한 만큼만 조절해 물 낭비와 화학물질 사용을 줄이고, 생산성과 회복력을 함께 높이는 방향으로 활용될 수 있다.

이 같은 AI 애플리케이션이 광범위하게 도입될 경우, 다양한 부문에서의 배출 감축 효과가 데이터센터 배출 증가분을 웃돌 수 있다. 반면 에너지 효율이 높아져 단위 비용이 내려가면 사용량이 오히려 증가하는 ‘반등 효과(rebound effect)’가 나타나 감축 효과가 상쇄되거나 역전될 위험도 있다. 이는 AI라는 도구가 시장의 효율만을 좇을 것인지, 공공의 가치를 우선할 것인지에 대한 거버넌스의 문제로 귀결된다.

기술을 넘어 정의로

AI는 도구다. 도구의 효과는 누가, 어떤 목적으로,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달려 있다. AI가 소비하는 에너지는 어디서 오는가. AI의 이익은 누가 누리고, 탄소 비용은 누가 감당하는가. AI가 기후위기의 부담으로 남을지, 전환을 앞당기는 촉매가 될지는 기술 자체보다 거버넌스와 실행 방식에 의해 결정된다.

어떤 사회가 공공 문제에 반응하는 방식은 결코 중립적이지 않다. 그것은 언제나 누구의 목소리가 더 크고, 누구의 이익이 더 가시화되어 있느냐를 반영한다. 즉, AI는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의 격차를 증폭시킬 수 있는 권력이기도 하다. 기후위기에 가장 적게 기여했지만 그 피해에 가장 취약한 지역이 AI 기반 솔루션의 혜택에서 배제된다면, 기술 발전을 통해 기후 불평등을 되레 심화할 수 있다.

데이터센터의 전력 문제가 정책 의제를 점령하는 동안, 생존과 직결된 다른 전력 수요는 소외되고 있다. IEA ‘냉각의 미래’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 전력의 10%를 사용하는 냉방 가동은 2050년까지 3배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열대·아열대의 저소득 국가들에서는 냉방이 더 이상 사치가 아니라 폭염 속 생존을 좌우하는 필수 인프라가 될 것이다. 그런데도 국제사회는 냉방 접근성의 격차보다, 상대적으로 전력 사용 비중이 낮은 데이터 센터의 전력 확보 문제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이는 기후위기의 피해가 집중되는 곳보다 자본이 집중되는 곳의 위기를 우선시하는 시장 중심적 사고를 보여준다.

AI가 소수만을 위한 혁신이 아니라 모두의 지속가능한 삶으로 이어지려면, 기술 자체의 고도화만으로는 부족하다. 시민의 참여, 공공의 감시, 민주적 통제가 함께 작동해야 한다. 정의가 결여된 기술은 결국 효율만 남기고 공동체를 분열시키는 이름뿐인 혁신이 되기 쉽다.

AI에 대한 사회적 규제는 혁신의 억압이 아니다. 오히려 그것은 혁신이 불평등과 생태 부담을 외주화하지 않도록 만드는 최소한의 안전장치이며, 기술이 지속가능성을 향해 나아가기 위한 필수 조건이다. AI의 미래는 기술의 속도가 아니라, 정의의 원칙에 의해 결정되어야 한다.

더 큰 세상이 아닌, 더 좋은 세상을 향하여

1969년 아폴로 11호는 오늘날 기준으로 보면 이메일 한 통을 보내는 수준에 가까운 약 50kbps의 통신 환경에서도 인간을 달에 보냈다. 오늘날 인터넷은 그때보다 수만 배 빠르지만, 그렇다고 그만큼 이 세상이 더 가치 있고 더 합리적으로 변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정보는 전례 없이 축적되고 확산했으나, 역설적으로 세계는 더 빠르게 갈라지며 더 배타적으로 되는 경우를 자주 목격한다. 하늘에 닿는 탑을 쌓아 이름을 남기려 했으나, 언어가 혼잡해져 결국 흩어졌다는 성서의 바벨탑 이야기가, 되풀이될 조짐마저 보인다. 이처럼 AI는 인류가 만들어낸 강력한 기술이지만, 그 힘이 자동으로 더 나은 미래를 보장해 주지는 않는다.

문제는 지금 우리가 AI 전환의 진격로만 응시하는 사이, 그 위를 딛고 서야 할 기후환경이라는 디딤판이 여전히 취약하다는 점이다. AI 혁신은 불가피하다. 하지만 그 방향을 정하는 일은 여전히 우리의 몫이다. 더 많은 정보, 더 큰 모델, 더 빠른 처리 속도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어떤 사회적 가치를 기준으로 기술을 설계하고 사용하느냐이다. 우리가 지향해야 할 것은 더 크고 더 빠른 세상이 아니라, 위험과 혜택을 공정하게 나누고 미래 세대까지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더 좋은 세상이다. 기술이 우리 미래를 규정하도록 내버려두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합의한 정의로운 가치가 기술의 진로를 결정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참고문헌 

  • Energy Systems Catapult, State of AI for Decarbonisation 2025
  • EIA, 2025, Preliminary Monthly Electric Generator Inventory
  • IEA, 2025, Energy and AI – Analysis
  • IEA, 2018, The Future of Coolimg
  • The Economist, 2025, The data-centre backlash is brewing in America  
  • World Economic Forum, 2025, What is AI's role in the climate transition and how can it drive growt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