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게임이 지니는 강력한 중독성 때문인지, 게이미피케이션(gamification)이라는, 즉, 게임의 요소나 특성을 다양한 분야에서 도입하려는 광경을 자주 접한다. 하지만, 또 그렇게 성공적인 예는 드문데, 아주 소박한 성공 사례라고 해야 할까, 적어도 1인은 빨려 드는 형국을 볼 때 성공이라 규정해도 마땅하겠다. 방송, 그것도 요즘 유명 연주자가 무대에 오른다고 하면 티켓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처럼 어려워진 시대지만 여전히 클래식 음악과 느끼는 거리감은 사회적으로 보편타당하게 존재하는 듯한 가운데서, 클래식 방송 이야기다.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일부 청취자들의, 꽤 강력히 타당한 반론에도 폐지되지 않는 코너니까, '성공'이라는 말이 썩 잘 어울릴 법하다.
반론이란 건, 이런 식이다. 안 그래도 제한된 시간 안에 방송 내보낼 음반들이 무수히 많은데, 왜 같은 곡을 일주일 내내 비슷한 시간대에 자꾸 내보내냐, 채널 돌아가는 꼴을 당하고 싶냐 등.
이쯤이면 눈치채셨겠지만, 방송에서 (물론 최초는 아니다) 아예 작정하고 같은 곡 다른 연주자로 돌아가면서 듣는 순서를 마련하고 제법 오래 고정 코너로 가고 있다. KBS 제1FM 93.1MHz, 일명 '클래식' FM 프로그램 중 아침 방송에 편성된 '편식의 유혹'이라는 신설 코너다.
거참 코너 이름은 아주 역설적으로 중의적이다. 한 곡을 매일 계속 같은 시간대에 들어야 하니 편애, 편식 등 편향적이라는 말은 맞다. 하지만 사실 이 코너의 취지는 방송에서 직접 설명하는 대로, 그 개념과 반대다. 겉보기에는 편식이지만, 그게 진짜로 편식이 아니라 훨씬 영양식임을 보이려는 기획 취지. 알고 있거나 들어본 적 있는 음악이라도 집중적으로 다르게 경험하는 것이, 고전적인 작품들, 곧 일명 '클래식' 감상의 본질일지도 모르겠다고 느껴서라는 이야기다.
매주 정하는 한 곡, 월요일에는 제작진이 연주자를 결정하고, 남은 나흘 동안 청취자 추천을 '문자' 메시지로만 받아서 방송할 음반을 고른다. 이 코너가 연구소에 출근하거나 그 전 시간대라(유연근무라 다소 출근 시간이 가변적이다) 비교적 편하게 듣는 편인데, 피아노곡이 선정된 주간에는 놓치지 않고, 매우 진지하게 (이런 면에서는 본업이 뭔가 싶게) 피아니스트를 골라서 거의 매일 응모(?)하는 편이다. 응모라니? 경품이라도 있다는 말인가? 사실 경품이든 선물이든 없어도 내가 골라준 연주자가 전파를 탈 때의 기분은 아주 괜찮다! 선정된 신청자에는 롤케이크를 보내준다. (대기 이 채널의 프로그램에서 사연 선정이나 가벼운 퀴즈 정답자 당첨에 따른 선물은 커피 한두 잔 정도니, 그에 비하면 이 코너의 경우는 꽤 무게감 있는 선물이다.)
코너가 시작된 지 제법 되었으니, 숱한 곡들이 지나갔다. 그런데 그냥 감에 따른 기억으로 보면, 꽤 응모를 했으니, 확실히 피아노곡이 많긴 많았던 기억이다. 하지만, 전적부터 말하자면, 처참하다.
사실 뭐 상대적으로 처참하다고 할 수가 있나, 어차피 그냥 방송에 뭐 보내서 선택되기란 그 수많은 신청분 중에서 어렵기는 다 마찬가지인데 말이다. 하지만 한 번이라도 롤케이크를 받고 나면 그 중독성과 진지함은 짙어질 수밖에 없으니, 그게 문제다. 될 가능성이 없는 리스크를 뻔히 인지하면서도 미련하게시리 연주자 이름을 보내고 마는 것이다. 확률이 무지 낮은 게 뻔함에도 말이다. 누가 그러던데 잘 안되는 운동이고 게임일수록 중독성이 강해지기 쉽다고! 그래도 전략이라고 하나 택한 게 너무 잘 알려진 명반은 제외한다는 거다, 그건 내가 아니어도 추천할 사람이 많으니까.
당첨이 목적이기보다는 개인적으로 더욱 매력적으로 들은 음반을 애청자들과 공유한다는 의미가 훨씬 크다. 연주자를 어떻게 고르는지는 철저히 비밀에 부쳐진 듯하다. 모든 날 방송을 듣지는 않아서 공개한 적이 있을 때 못 들었는지 몰라도, 모르는 건 모른 상태다. 모른다는 그 내용은 이렇다.
- 매일 추천을 받는데, 신청한 문자는 다음날까지만 유효한가? 또는 누적적으로 주간 내내 유효한가?
- 추천받은 연주는 하루에 평균 얼마나 될까? 제작진은 과연 그걸 분담해서라도 다 직접 들어보고(방송국 내 아카이브에 거진 다 있을 테니) 결정하나? 아니면, 랜덤으로 찍나?
- 복수로 추천받은 연주자가 나온 날, 그 복수 중 누구 1인은 어떻게 정할까? 선착순, 아니면 그중에 랜덤?
- 계속 -

블랙소스 : 블랙홀을 source로 삼으면 반타블랙만큼 진한 맛의 과학문화적 sauce가 나온다고 믿는 물리 커뮤니케이터. 과학이라는 표현의 광범위함을 아우를 수는 없어서, 그리고 물리 중에서도 전공한 단편적 영역 외에는 잘 몰라서 최소한의 타협안으로 물리 커뮤니케이터라 자칭. 세상만사의 근간이 얽혀 있다고 믿는 양자중력과 양자정보에 관한 영원한 탐구생활을 위한 밥값은 모 대기업에서 만드는 데이터의, 데이터에 의한, 데이터를 위한 연구로 하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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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이 지니는 강력한 중독성 때문인지, 게이미피케이션(gamification)이라는, 즉, 게임의 요소나 특성을 다양한 분야에서 도입하려는 광경을 자주 접한다. 하지만, 또 그렇게 성공적인 예는 드문데, 아주 소박한 성공 사례라고 해야 할까, 적어도 1인은 빨려 드는 형국을 볼 때 성공이라 규정해도 마땅하겠다. 방송, 그것도 요즘 유명 연주자가 무대에 오른다고 하면 티켓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처럼 어려워진 시대지만 여전히 클래식 음악과 느끼는 거리감은 사회적으로 보편타당하게 존재하는 듯한 가운데서, 클래식 방송 이야기다.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일부 청취자들의, 꽤 강력히 타당한 반론에도 폐지되지 않는 코너니까, '성공'이라는 말이 썩 잘 어울릴 법하다.
반론이란 건, 이런 식이다. 안 그래도 제한된 시간 안에 방송 내보낼 음반들이 무수히 많은데, 왜 같은 곡을 일주일 내내 비슷한 시간대에 자꾸 내보내냐, 채널 돌아가는 꼴을 당하고 싶냐 등.
이쯤이면 눈치채셨겠지만, 방송에서 (물론 최초는 아니다) 아예 작정하고 같은 곡 다른 연주자로 돌아가면서 듣는 순서를 마련하고 제법 오래 고정 코너로 가고 있다. KBS 제1FM 93.1MHz, 일명 '클래식' FM 프로그램 중 아침 방송에 편성된 '편식의 유혹'이라는 신설 코너다.
거참 코너 이름은 아주 역설적으로 중의적이다. 한 곡을 매일 계속 같은 시간대에 들어야 하니 편애, 편식 등 편향적이라는 말은 맞다. 하지만 사실 이 코너의 취지는 방송에서 직접 설명하는 대로, 그 개념과 반대다. 겉보기에는 편식이지만, 그게 진짜로 편식이 아니라 훨씬 영양식임을 보이려는 기획 취지. 알고 있거나 들어본 적 있는 음악이라도 집중적으로 다르게 경험하는 것이, 고전적인 작품들, 곧 일명 '클래식' 감상의 본질일지도 모르겠다고 느껴서라는 이야기다.
매주 정하는 한 곡, 월요일에는 제작진이 연주자를 결정하고, 남은 나흘 동안 청취자 추천을 '문자' 메시지로만 받아서 방송할 음반을 고른다. 이 코너가 연구소에 출근하거나 그 전 시간대라(유연근무라 다소 출근 시간이 가변적이다) 비교적 편하게 듣는 편인데, 피아노곡이 선정된 주간에는 놓치지 않고, 매우 진지하게 (이런 면에서는 본업이 뭔가 싶게) 피아니스트를 골라서 거의 매일 응모(?)하는 편이다. 응모라니? 경품이라도 있다는 말인가? 사실 경품이든 선물이든 없어도 내가 골라준 연주자가 전파를 탈 때의 기분은 아주 괜찮다! 선정된 신청자에는 롤케이크를 보내준다. (대기 이 채널의 프로그램에서 사연 선정이나 가벼운 퀴즈 정답자 당첨에 따른 선물은 커피 한두 잔 정도니, 그에 비하면 이 코너의 경우는 꽤 무게감 있는 선물이다.)
코너가 시작된 지 제법 되었으니, 숱한 곡들이 지나갔다. 그런데 그냥 감에 따른 기억으로 보면, 꽤 응모를 했으니, 확실히 피아노곡이 많긴 많았던 기억이다. 하지만, 전적부터 말하자면, 처참하다.
사실 뭐 상대적으로 처참하다고 할 수가 있나, 어차피 그냥 방송에 뭐 보내서 선택되기란 그 수많은 신청분 중에서 어렵기는 다 마찬가지인데 말이다. 하지만 한 번이라도 롤케이크를 받고 나면 그 중독성과 진지함은 짙어질 수밖에 없으니, 그게 문제다. 될 가능성이 없는 리스크를 뻔히 인지하면서도 미련하게시리 연주자 이름을 보내고 마는 것이다. 확률이 무지 낮은 게 뻔함에도 말이다. 누가 그러던데 잘 안되는 운동이고 게임일수록 중독성이 강해지기 쉽다고! 그래도 전략이라고 하나 택한 게 너무 잘 알려진 명반은 제외한다는 거다, 그건 내가 아니어도 추천할 사람이 많으니까.
당첨이 목적이기보다는 개인적으로 더욱 매력적으로 들은 음반을 애청자들과 공유한다는 의미가 훨씬 크다. 연주자를 어떻게 고르는지는 철저히 비밀에 부쳐진 듯하다. 모든 날 방송을 듣지는 않아서 공개한 적이 있을 때 못 들었는지 몰라도, 모르는 건 모른 상태다. 모른다는 그 내용은 이렇다.
- 계속 -
블랙소스 : 블랙홀을 source로 삼으면 반타블랙만큼 진한 맛의 과학문화적 sauce가 나온다고 믿는 물리 커뮤니케이터. 과학이라는 표현의 광범위함을 아우를 수는 없어서, 그리고 물리 중에서도 전공한 단편적 영역 외에는 잘 몰라서 최소한의 타협안으로 물리 커뮤니케이터라 자칭. 세상만사의 근간이 얽혀 있다고 믿는 양자중력과 양자정보에 관한 영원한 탐구생활을 위한 밥값은 모 대기업에서 만드는 데이터의, 데이터에 의한, 데이터를 위한 연구로 하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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