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ESC와 함께 하는 과학산책] 냄새 없는 온실가스의 흔적

홍진규
2026-06-24
조회수 280

eed925a6d55bc.png


악취는 진화론적 관점에서는 위험탐지 신호다. 위험물질의 특정 분자에 불쾌감을 느낀다면 생존에 유리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썩은 계란에서 발생하는 황화수소는 세포 호흡을 방해하는 독성가스이며, 분변에서 발생하는 일부 유기화합물은 기생충에 대한 경고 역할을 하기도 한다.

사실 주요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와 메탄은 무색무취다. 이 온실가스는 오래된 지구 역사와 함께 존재해왔으며 우리 주변에서 흔한 물질이다. 이산화탄소와 메탄은 밀폐공간에서 고농도가 되면 위험한 가스이지만, 자체 독성이 없고 인류가 살아온 환경에서는 질식을 일으킬만한 고농도 상황을 마주할 일이 극히 드물었을 것이다. 그리고 이 온실가스는 호흡과 소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배출되는 기체인만큼 호흡하고 배설할 때마다 나오는 온실가스에 악취를 느꼈다면 우리의 삶은 괴로웠을 것이다.

시각적으로는 태양 복사에너지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가시광선으로 물체를 식별하도록 진화한 우리의 눈은 적외선을 흡수하고 방출하는 이 온실가스를 볼 수 없다. 만약 우리가 온실가스의 색과 냄새를 직접 느낄 수 있었다면 산업혁명 이후 증가한 온실가스 농도로 대부분 사람들은 아우성을 쳤을 것이다. 악취 제거를 위해 우리는 더 신속하게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했을 것이다.

온실가스의 무색무취로 인해 기후위기에 관한 가짜뉴스가 만들어지기도 한다. 예를 들어 대기 중 온실가스가 인간이 배출한 것인지, 식물이나 토양에서 배출된 것인지 알 수 없다는 주장이 대표적이다. 색도 없고 냄새도 없으니 알 도리가 없다는 주장은 그럴듯해 보인다.

온실가스의 지문을 찾는 추적 기술 개발

하지만 우리는 온실가스 악취를 측정할 수 있고, 그 악취가 어디서 유래했는지도 추적할 수 있다. 악취원 추적은 온실가스의 색을 측정하는 것, 즉 악취를 측정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온실가스가 적외선을 흡수하는 정도를 측정하는 센서를 통해 온실가스 악취 (즉, 온실가스 농도: 단위 부피당 온실가스 부피) 정도를 측정할 수 있다.

하지만 온실가스의 악취를 측정했다고 해서 그 온실가스의 출처를 알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마치 교실에 있는 학생 숫자를 안다고 해서 학생 집이 어디인지 알 수 없는 것과 같다. 온실가스에게 본인의 출처를 물어야할까?

대기 중에 존재하는 기체는 대기 중으로 배출된 후에는 바람에 의해 이동한다. 따라서 정확한 바람 자료가 있다면 이를 따라 거꾸로 따라가면 주어진 시간에 주어진 장소에 있는 온실가스의 출처를 알 수 있다. 이 방법은 하향식 방법이라고 하는데 측정된 온실가스 농도, 대기 수송 모델, 자료동화라고 부르는 기법을 결합해 온실가스 배출 지역을 찾아 배출량과 그 불확실성과 함께 추정한다.

109b779fa2a47.jpg
<삽화 김기명>


파리협약에 따라 각국은 연 누적 온실가스 배출량을 UN에 보고하는데 이 때 연료 사용량, 산업활동 자료 등의 통계 자료를 이용해 배출량을 추적하는 일명 상향식 방법을 사용한다. 각국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제시하고 그 이행 결과를 투명하게 보고하고 검증받아야하는데, 하향식 추정 기술을 가진 주요 국가들은 기존 방법과는 다른 하향식 방법으로 독립적으로 검증한다. 특히 메탄처럼 누출이나 하수처리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배출이 일어날 때 그 위치를 찾아 보완하는 것은 통계 기반 방법으로는 쉽지 않다.

온실가스 악취 추적 기술은 이러한 누락 배출원이나 과소평가된 배출원을 찾아내고, 감축정책이 실제 대기 중 농도변화로 이어졌는지 확인하고 감시하는데 중요한 보완역할을 할 수 있다.

탄소중립 지원할 부처 간 자료공유 절실

최근 세계기상기구는 관련 보고서에서 주요 사례를 소개했다. 영국 독일 등은 상향식과 하향식 방법의 결과가 일치함을 보여 국가 배출량 자료의 신뢰를 높였다. 뉴질랜드는 두 방법을 비교해 산림의 탄소흡수량이 과소 산정되었음을 찾아 국가 경제적 부담을 완화시켰다. 이 보고서에는 우리나라 사례도 소개하고 있는데, 부처간 협력 측면에서는 보완해야 할 점들이 있다. 하향식 방법의 실제 운영에는 다양한 협력이 필요한데 관측-모델-자료처리-비교검증 기능이 여러 기관에 나뉘어 있기 때문이다.

필요한 정밀관측 모델운영 자료준비는 연구자뿐만 아니라 다부처의 지원과 협력이 있어야 가능하다. 국가에 이익이 되는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세계 각국은 다양한 이해당사자와 부처간 협력을 통해 다양한 기술 개발과 실제 적용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리나라도 온실가스의 악취를 측정하고 추적하는 시스템 개발에만 머무르지 않고, 탄소중립을 실질적으로 지원하는 실제 운영을 위해 부처 간 자료 공유와 협력이 절실하다.

f687126fe21c8.jpg

홍진규 (연세대 교수 대기과학과, ESC 회원)

내일신문과 ESC가 함께 과학칼럼 코너 '과학산책'이라는 이름으로 찾아갑니다. ESC 회원 과학자 칼럼니스트들의 맛깔난 '우리를 둘러싼 과학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기사원문 링크

#ESC와함께하는과학산책


+ 'ESC와 함께하는 과학산책' 연재 목록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