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과학자와 피아노 #48. 쇼팽 국제 콩쿠르 현지(바르샤바) 및 온라인(한국) 감·단상 [16] [17] [18]

블랙소스
2025-11-13
조회수 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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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오프라인과 온라인 이야기를 각각 또 깔끔하게 잘 모아서 정리하려다 보니 10년 전처럼 거의 아무것도 못 쓸 듯해 두서도 없이 산만하지만, 그리고 아주 개운하진 않지만, 어느 정도 써볼 만큼은 쓴 듯한데, 그래도 연주의 출중함이나 미숙함이 현장에서는 온라인보다는 더 극명해지기 마련이라는 정도로 마무리하고(댓글 평단에서 자주 나오는 이야기 하나가 악기를 잘못 고른 거 아니냐는 건데 온라인으로만 판단하기에 한계는 있다.), 그럼, 이쯤에서 한국 출전자들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겠다. 과연, 전설이고 혜성이고 한국에서 이번에, 10년 사이에 또(?!) 나올까? (참고로 10년 전 우승자인 조성진은 거의 전설급으로 성장했다.)


한국인은 이번에 이중국적자(+일본) 포함 총 4명이다. 한 명만 제외하고는 모두 Lee가 last name이라, 순서가 줄줄이 붙어서, 왜 그러냐는 질문도 라이브 댓글창에 많이 올라왔다. 게다가 Li라는 중국 성들이 다음 순서로 이어지니 국제 콩쿠르가 아니라 '아시아' 대회인가 싶은 느낌 마저 드는 1차 예선 4일째 순서다. 


앞에서 잠깐 언급한 듯한데, 연주 순서는 last name 알파벳 순이다. 다만, 무조건 A부터는 아니고 시작하는 첫 글자는 모종의 어떤 기준이나 random selection으로 뽑는 듯하고, 거기서 시작해서 한 번 Z까지 가면 A부터 다시 돌아가는 방식이다. 그래서 저런 집중 현상이 벌어진다(물론 이번에 아마 아시아계 출전자 분포가 중국만 1/3인 비중을 포함해 전체의 거의 반을 차지하는 듯하다. 사실 캐나다 출신들은 국적만 그러하지 다 아시아계다. 아마 이런 점을 감안하면 반이 넘을지도 모르겠다.). 따라서 프로그램에 실린 프로필 번호 순서와도 달라서 진행자가 일일이 해당 번호도 같이 불러준다. 

 

아무래도, 아무리 예술이라지만 한국인 순서에는 되도록 라이브로 더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기 마련인 건, 종목이 무엇이든 올림픽 등에서 우리나라 국대 경기에 실시간으로, 마음을 더 졸이며 관심을 더 두는 경우와 마찬가지다. 게다가 정작 본인들은 하지 않을 법한 우려들도 쏟아내는데, 그런 게 다 재미 아닌가 싶다. 가령, 대개 무대에서 몰입하면, 흔히 주변에서 떠올리는 걱정거리들은 기우나 마찬가지다. 물론 연주 전에야 당연히 가장 긴장되고 떨리는 게 본인일 테지만. 가령, 이번에도 세 명의 출전자 바로 앞에 1번 타자로 일본인 연주자가 꽤 거뜬한 연주를 선보여서 뒷순서에 배치된 우리나라 연주자들의 부담이 더욱 가중되는 건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뭐, 그 정도에 흔들리면 이미 저 무대조차 가기 어려웠을지도 모른다. 


바르샤바 필하모닉 홀의 무대는 세상과 단절된, 지독히 고독한 공간이다. 연주자는 그 순간 오직 쇼팽과 피아노, 그리고 자기 자신에게만 집중하는 수밖에 없을 듯하다. 수십 년간 이 순간만을 위해 훈련해 온 이들에게 앞선 연주자의 성패는 생각보다 큰 변수가 되지 못할 수도 있다. 우리가 느끼는 이 조마조마함은 어쩌면 무대 위의 그들에게 감정을 이입한 우리 자신의 두려움, 나약함이 투영된 기작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런 '과몰입'이야말로 콩쿠르라는 잔인한 축제를 즐기는 가장 확실한 방법 아니겠는가.


이번 한국의 4명 모두가 훌륭하지만 그래도 역시 가장 큰 주목을 받는 연주자는 2009년생, 곧 16세의 최연소 출전자이나 이중국적자인 Yulia Nakashima가 아닌가 싶다. 바로(이 글을 작성 중인 시점 기준) 지난 순서에서 무척 깔끔하고 예쁜 사운드로 야무지고 과감한 연주를 들려주어 이번 대회 결과도 결과지만 앞날이 무척 기대되는 신예다. 게다가 피아노를 (이건 정말 특이한 선택인데) C. Bechstein 모델로 고른 터라, 계속 무대를 이어 갈 경우 어떤 사운드를 들려줄지 기대 반, 우려 반이다. 이 브랜드는 이번 대회부터 추가된 상황인데, 전 출전자 중 단 두 명만이 이 피아노를 선택했다. (대개 시게루 가와이, 스타인웨이를 비슷한 비중으로 고르는 듯하고, 그 다음 파찌올리, 야마하 같은 순이다. 적어도 이 대회에서는 스타인웨이 천하만은 아닌 듯하다.) 


물론 대중적으로는 동생과 같이 출전한 이혁이 지난 대회 파이널리스트라 진작부터 관심은 가장 크게 쏠렸다.  게다가 당시 과감히 (거의 선택을 안 하는) 2번 협주곡을 골랐더라 자못 기대를 더하지만, 이번에도 같은 협주곡을 고를지, 또 새로 결선에서 지정된, 곧 재수가 큰 의미가 없을 op. 61을 어떻게 요리할지 궁금함을 키운다. 


이혁의 동생 또한 만만찮은 다크호스인데, 개인적으로는 1차 예선에서 연주가 뛰어난 출전자들이 많아 2차 예선까지 올라갈지 아닐지 아리송한 연주를 들려주었는데, 곧 1차 예선이 거의 다 마무리되어 가고 있으므로 결과를 지켜봐야 할 듯하다. 


뜻밖에도, 마지막으로 언급하는 이관욱, 사실 필자도 이 업계에 종사하지는 않아 잘 모르고 있다가 이번에 연주를 처음 들었는데 국내파(학부 기준) 출신으로 무척 완성도가 높은 연주를 들려주어 대회 기간 중 컨디션만 잘 유지한다면 상위 입상권을 기대해도 괜찮지 않을까 싶다. 과연 파이널리스트에, 또는 심지어 그 중 6위 안에 2~3명이나 한국인들이 들어갈 수 있을까? 또는 한국인 중에서 특별상 수상자가 나올까?


이번 대회 출전자들은 평균적으로 직전 4년 전 대회보다 기량이 상향된 느낌이다. 물론 팬데믹으로 인해 지난 대회는 정말 열리기는 할까, 전 세계 팬들이 조마조마하게 지켜보는 가운데 다행히 무사히 치러진 분위기였던 터라서도 약세였을지 모르겠다. 원래 이번 대회 정도는 되어야 정말 정상 궤도를 다시 찾은 분위기로 보인다.


그럼, 1차 예선 결과가 곧 (약 2~3시간 전) 발표될 예정이니 확인 후 (어쩌면 결선이 다 끝나고?) 또 이야기를 풀어 가기로 하고 한숨 돌리기로 하겠다. 20명이 좀 못 되는 심사위원들이 1-25 스케일(예선인 경우, 본선은 1-10으로 변환한다)로 평가한 결과를 소정의 기준에 따라 집계해야 하니, 아무리 대가라도 직관적 통밥으로 다음 무대 진출자를 예상해 볼 뿐(그래도 적중률은 높은 편이겠찌만), 어느 누구도 (당연히 AI도) 100% 정확히 예측할 수 없는 결과다.  그 사이 위에서 주목한 두 명의 우리 연주자들 링크를 남기니 즐겨 보시기를! (만일 댓글 평단의 반응과 더불어 조금 더 생생한 느낌으로 즐기시려면 같은 채널의 일자별 세션 단위 통 라이브를 보시면 된다.)



[17] 잠깐 멈칫, 정도 느낌이었는데 순식간에 2차, 3차 라운드가 끝나고 이제 파이널을 앞두고 있다. 파이널 전날은 쇼팽의 기일이라, 바르샤바에는, 쇼팽의 심장이 묻혀 있는 성당에서 모차르트의 레퀴엠이 울려 퍼진다. 특히 올해, 쇼팽에 어울리게 원곡이 피아노 독주곡으로 편곡되어 연주된 모양이다. 10년 전 바르샤바에서는 원곡이 그대로 연주되었다. 굉장히 엄숙한 분위기의 의례가 진행된다. 아무래도 현지에 대회 기간에는 전 세계에서 수도 없이 모여든 방문객으로 인해 이 미사에도 충분히 일찍 가지 않으면 서 있어야 한다. 사실, 쇼팽을 기리는 그 자리에 또 마냥 앉아만 있는 거도 좀 어색하다(모차르트의 레퀴엠 자체가 짧은 작품은 아니라 고민스럽기도 하지만). 쇼팽의 심장은 폴란드의 얼이자 자부심이기도 한 듯하다.


이쯤에서, 앞선 글 가운데 보완하거나 정정할 내용이 있어서 정리하고 본격적으로 파이널 무대에 관한 이야기를 하려 한다. 올해 선정된 피아노 브랜드는 5개, 총 6대의 피아노가 제공된다. 앞에서 소개한 4인방 외에, 추가된 한 곳이 Bechstein이다. 풀 콘서트 그랜드 피아노에는 C. Bechstein 로고가 찍힌다. 스타인웨이가 선호도가 높은 만큼 두 대라 총 6대다. 이번에 주목할 점은, 잠깐 언급한 대로 시게로 가와이의 급부상과 야마하의 몰락, 그리고 모처럼 참신해 보이는 Bechstein의 선전은 없었다는 사실이다.


야마하도 Bechstein도 두 명 정도가 골랐던 듯하다. 전체 84명 중에서 말이다. 사실 큰 대회라서 피아노사 간의 경연이기도 하다고 했지만, 단순히 큰 대회가 아니라 전 일정이 라이브로 유튜브를 통해 전 세계에 송출되는, 그것도 초고화질로, 또 연주되는 피아노 근방에 설치된 카메라를 통해, 아주 선명하게 피아노명의 CI가 비치기 때문에 생각보다 그 보이지 않는 경합의 강도와 의미, 중요성은 크다. 각 사에서 최고 기술진(조율사)을 투입한다. 그러한들 어쩌리, 애초에 선택을 잘 못 받은 피아노의 운명은 정말 보는 사람 입장에서도 아슬아슬하다. 결국 중반을 못 넘기고 야마하와 Bechstein은 무대에서 자취를 감추게 되었다. 야마하는 공식 후원사로서 스타일을 제대로 구긴 셈이다.


공교롭게도 한국인 출전자 중 두 명이 (적어도 이번 대회에서만큼은) 약세(?)를 보인 브랜드 각각을 고르기도 했는데 각자 1차, 2차 예선에서 고배를 마셨다. 하지만 두 출전자 모두 미래가 무척 기대되는 연주를 선보였다. 한일 이중국적으로 출전한 나카시마는 이름에서나 프로필에서나 한국인의 흔적은 나타나지 않았지만 그렇다니까 그런 줄 알아야겠는데, Bechstein을 골랐고 아주 어린 나이에 그런 큰 무대에서 훌륭한 연주를 선보였다. (2009년생이면 대회 규정에 따라 최연소 출전자인데 두 명의 2009년생 중에서도 나카시마는 12월생이라 그야말로 이번 대회 최연소 출전자다.) 다만, 나이에 따른 가중치나 프리미엄은 냉혹하게도 적용되지 않는 정말 정말 공정한 대회니까, 표현력의 폭과 깊이 면에서는 다른 출전자들에 비해 아직은 발전 여지가 더 크게 나타나 1차 예선 무대를 뒤로, 더는 나카시마 연주를 들을 수 없었다.


또 한 명의 한국인, 이관욱. 나카시마는 나이로 보면 아직 두 번은 더 이 대회에 출전할 수 있지만, 이관욱은 마지막이다. 아마 최고령이나 그에 준하는 출전자가 아닌가 싶다. 야마하를 골랐는데, 음색은 더할 나위 없이 어울렸음에도, 피아노를 잘못 고른 건 아니냐는 댓글 평이 좀 보이기도 했다. 사실 유튜브로만 들어서는 고음질이라도 현장 음향이나 공간감이 제대로 전달되기 어려운 면도 있어서, 현장에서와는 좀 다르게 평가될 수도 있다. 어쩌면 전략적으로 야마하를 택했을 수도 있는데 나중에 기회가 되면 물어보고 싶다. 여기서 전략적이라 함은, 상대적으로 선호도가 떨어질 법한 피아노를 고르면(이건 예상이나 추정에 머물 수밖에 없다, 현지에서 15분 정도 쳐보고 고르기 때문에, 미리 알 수가 없다), 이 피아노를 독차지하다시피 연습 시간을 그만큼 더 많이 확보할 수 있는 장점을 염두에 둔 선택을 말한다. 무엇보다도 전주곡 13번은 출전자 모두(엄밀히는 이 곡을 선택한 모두)를 압도하는 분위기와 사운드를 연출해 무척 인상적이었다. 피아노 좀 가르쳐 달라고 하고 싶을 정도였으니까. 3차 예선에 못 올라간 게 무척 아쉽지만 역시 기대 이상의 큰 인상을 남기기에는 충분한 무대였다.


참, 출전자들 순서에 따라 피아노 선택이 다르면 피아노를 무대 중간에서 바꾸어야 하는데, 그 시간이 2~3분은 된다고 생각했는데, 기사님들이 순식간에 등장해서 거의 30초도 안 걸리는 시간에 후딱 바꿔주기에 대회 진행에 그렇게 큰 지연 요소로 작용하진 않았다. 그래도 나 같으면 너무 떨릴 거 같아. 혹시 다른 피아노 잘못 가져다 놓거나, 고정된 바퀴가 풀려서 무대에서 피아노가 움직이기라도 하면.... 끔찍하다, 교체 기사님들 긴장도 제법 크겠지? (실제로 어떤 영화에서는 피아노가 고정이 안 되어 피아노가 움직이거나 미끄러지는데 그걸 서서 따라가면서 연주하는 연출 장면도 본 듯하다.)


[18] 드디어 파이널, (진짜) 본선 무대가 시작되었다. 파이널에서는 피아노를 바꾸는 시간이 확실히 더 걸린다. 지난 편에서 피아노 교체 체감 시간이 빗나간 언급을 했는데, 에선(혹은 1, 2, 3차 본선 --- 방송에서도 이제는 이렇게 표현하는데, 정답은 없는 문제다)에서는 무대 구석 한쪽에 피아노들을 대기 시켰다가 그날 출전자에 따라 무대 위에서 옮기기만 하는데, 협주곡을 연주해야 하는, 그러니까, 오케스트라도 무대 공간을 차지하는 영향으로 피아노를 그렇게 옮기지는 못한다. 즉, 무대 아래로 이동할 수 있는 리프트를 이용한다. 피아노 크기로 무대 바닥이 밑으로 빠져 내려갈 수 있는 설계가 되었다. 피아노 선택이 가능해진 방식이 그리 오래 전은 아니라 아마 무대 바닥도 리모델링했을지 싶다. 적어도 이 홀(국립 필하모닉 홀)이 처음 건립되었을 당시 설계도에는 없었다고 보인다. 그 리프트로 사용된 피아노는 내리고 다음 출전자가 이용할 피아노(가 물론 다른 경우)를 올린다. 리프트를 이용하다 보니 아무래도 무대에서 사람이 밀어 옮겨서 설치할 때보다는 시간은 조금 더 걸린다.


아울러, 대회 전용 소식지가 파이널 때도 발간되는지는 잘 기억이 안 나고 모르겠다. 난 파이널이 치러지는 기간 중에 바르샤바를 떠났기에. 하지만 하나 정정이랄까 바뀐 풍경은, 10년 전에는 소식지가 대회 공식 홈페이지 등 온라인에 공개되지 않았는데(사실 무척 궁금했던 게 제작 파일이 있을 텐데 왜 안 올려주나 하고 ㅎㅎ), 이번에는 .pdf로 공유된다. 살짝 밀도감은 예전보다 떨어지는 구성으로 다가오지만, 시각적으로는 훨씬 좋아졌다.


보통 파이널은 3일이 걸린다. 출전자마다 연주 시간이 1시간 내외로 걸리고, 진출자 11명을 대충 1/3씩 분할해 배정한다. 순서가 이름 last name 기준임은 변함이 없다. 이번에 재수생 몇몇을 포함해 특기할 점이 몇 가지 보이는데, 하나씩 짚어보자.


우선 기록상으론 여간해서 잘 안 드러나는 부분부터 보면, 중국 친구 중에 선생님의 비추(나 반대)를 무릅쓰고 출전해 파이널까지 당당하게 진출한 케이스가 있는데, 결과가 어떻게 나오는지를 떠나 스승과 제자 모두 스타성이 높아질 듯싶다. 그 선생님 반대란 게, 쇼팽이 너무 이 친구한테 안 어울린다는 조언이었는데, 정작 본인은 그래도 도전해보고 싶어 출전했다고 했다. 파이널 무대에서는 기복이 좀 있는 연주를 (기본적으로 연주를 잘 한다, 당연히!) 컨디션 난조로 입상은 어려워 보인다, 적어도 상위권 입상권은 아닌 연주를 들려주었다. 아무래도 선생님 반대도 있었고 해서, 3차 라운드 정도까지만 잠정적인 최종 목표로 했던 게 아니나는 해석도 가능하다. 즉, 파이널 협연 무대는 거의 준비를 못했을 가능성 말이다. 나머지 중국 연주자들이 선전할지 어떨지 궁금증이 밀려 왔다.


이 친구를 포함해 중국계는 유전자로 보면 4, 공식 국적으로는 3명이 11명 중에 포함되었다. 원래 84명 중에서 28명으로 시작했으니, 대충 50%가 단계마다 필터링 되는 규정에 비추어 보면, 28 -> 14 -> 7 -> 3.5니까 3~4명 사이라면 통계적 분포는 파이널까지 유지된 셈이다. "놀랍게도"(?) 중국은 쇼팽 콩쿠르에서 우승자를 우리나라보다 먼저 배출했다. 다만, 그 연주자는 정말 기적적으로 아름다운 협주곡 등의 연주를 들려주었고 콩쿠르 이후 한동안은 활발한 활동(당 대회 심사위원까지 포함해)을 했으나, 구설수에 자꾸 휘말리면서, 심지어 무대에서 악보를 까먹는 (자체는 간간 있을 수 있으니 큰 문제가 아닌데 그 뒤의 대응 면에서) 등 더는 연주 활동을 못하기에 이르렀다.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피아노를 인생에서 중심에 두지 않기로 한 어떤 계기가 진작 있었지 않나 싶다.


본 대회 심사위원석에 앉아 있던 그 모습이 아직도 기억 난다. 현장 심사위원석 뒤에 위치한 구역에 앉게 되면(예선 정도까지는 자리 선택 여유가 괜찮은 편) 출전자들의 연주도 들으면서 심사위원들(얼마나 흥미로운가!)의 반응이나 행동 등을 넘보고 있는 재미도 쏠쏠하다. 모두가 다 피아노의 대가들이 아닌가! 단 이 경우, 심사위원석이 카메라에 자주, 특히 출전자들의 무대가 끝날 때마다 여러 각도에서 담기므로 전 세계 유튜브로 그 앵글에 근처 청중들 일부는 본인 얼굴이나 신상이 대대적으로 실려 나갈 위험(?)은 감수해야 하고 필자도 몇 차례 그렇게 모습이 박제되어 버렸다. 아무튼, 이 중국 우승자 출신, 워낙 기억력이 좋아서 그런 건지 왜인지 모르겠어도, 다른 위원들은 대회 핸드북도 찾아보고 종이에도 뭔가 열심히 적어 내려가며 채점에 여념이 없었는데, 멍하게 그냥 무대만 바라볼 때가 많았다. 심사를 소홀히 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그때부터 뭔가 이미 내면적 큰 변화들이 시작되었을지도 모르겠다. (그 주인공이 정 궁금하시면 '윤디 리(Yundi Li)'로 검색해보시길!).

-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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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소스 : 블랙홀을 source로 삼으면 반타블랙만큼 진한 맛의 과학문화적 sauce가 나온다고 믿는 물리 커뮤니케이터. 과학이라는 표현의 광범위함을 아우를 수는 없어서, 그리고 물리 중에서도 전공한 단편적 영역 외에는 잘 몰라서 최소한의 타협안으로 물리 커뮤니케이터라 자칭. 세상만사의 근간이 얽혀 있다고 믿는 양자중력과 양자정보에 관한 영원한 탐구생활을 위한 밥값은 모 대기업에서 만드는 데이터의, 데이터에 의한, 데이터를 위한 연구로 하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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