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포트]탄소 배출량 경로가 오목형이어야 하는 과학적 근거

조천호
2026-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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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천호(대기과학자)


우리는 단기 이익에는 민감하지만, 장기 파국에는 둔감하다. 눈앞의 성장에는 열광하면서도 다가오는 붕괴에는 느리게 반응한다. 어떤 이들은 현실적인 어려움을 내세워 온실가스 배출 감축을 뒤로 미뤄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기후위기 대응은 기성세대가 마땅히 부담해야 할 책임이다. 대응을 방관할 때 발생하는 위험은 고스란히 미래세대의 몫이 된다. 지금 온실가스 배출은 곧 미래세대에 기후 부채를 쌓는 행위와 같다.

이러한 관점에서 중요한 것은 2050년 탄소중립이라는 ‘도착점’만이 아니라, 그 목표에 이르는 ‘감축 경로’이다. 파리협정의 1.5℃ 목표에 부합하려면 2050년까지 탄소중립에 도달해야 한다. 초기에 집중하는 ‘오목형’ 경로와 후반으로 미루는 ‘볼록형’ 경로는 미래세대가 직면할 급변 적이고 돌이킬 수 없는 티핑포인트 위험과 탄소 예산 소진에 따른 비용 부담에서 결정적인 차이를 만든다.


지구 가열 현황과 오버슈트

자연 변동성을 제거한 전 지구 평균 기온은 2025년 기준으로 산업혁명 이전보다 약 1.3℃ 상승했다. 1970년대 이후 10년마다 약 0.2℃의 속도로, 2015년 이후에는 10년마다 약 0.35℃의 속도로 가열되고 있다. 현재 기후 정책을 그대로 이행된다면, 이 세기 후반 기온은 2.2∼3.4°C(평균: 2.7°C)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가 지금 경험하는 가열은 과거 온실가스 배출의 결과가 모두 반영된 상태가 아니라, 시간이 지나며 서서히 나타나는 과정 중 일부다. 바다는 열용량이 커서 해수면 온도가 조정되는 데에는 수십 년이 걸리기 때문이다. 이를 '저질러진(committed) 지구 가열'이라고 부른다.

지구 가열 1.5℃를 넘는 시점이 점차 앞당겨지고 있다. 이 시점을 2018년 IPCC ‘지구 온난화 1.5도’ 특별보고서에서는 2031년∼2050년, 2021년 IPCC 6차 평가보고서(AR6 WG I)에서는 2021년∼2040년으로 전망한다. 우리는 이미 온난화 1.5℃를 넘길 수 있는 양에 가까울 정도로 온실가스를 배출했고 게다가 냉각을 일으키는 오염먼지 감소로 인해 단기적으로 가열을 키울 수 있다.

1.5°C 이하로 막으려 하더라도, 일정 기간 1.5°C를 초과하는 것은 이제 거의 불가피하다. 1.5°C를 넘었다가 다시 내려오는 경로를 ‘오버슈트(overshoot)’라고 한다. 오버슈트 문제는 기후위기 대응의 목표 온도를 나중에 달성할 수 있느냐에만 있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일시적인 초과 과정에서도 ‘티핑포인트’가 촉발될 수 있기 때문이다.


돌이킬 수 없는 지점: 티핑포인트

기후위기는 기온이 상승하는 양적 변화에 그치지 않고 질적 변화를 일으킨다. 이런 질적 전환을 ‘티핑포인트(tipping point)’라고 부른다. 티핑포인트는 비선형성(non-linearity), 특이점(singularity), 돌이킬 수 없음(irreversibility)이라는 특징을 가진다. 이는 인류가 경험해 온 위기와는 질적으로 다른 차원의 통제 불가능하고 회복불가능한 위험을 의미한다. 이 경우 미래세대가 아무리 분투하더라도 기후위기에서 벗어나기 어려워질 수 있다.

「IPCC 6차 평가보고서(WG3)」에 따르면, 티핑포인트 가능성은 1.5℃~2.5℃ 구간에서 ‘높음’, 2.5℃~4℃ 구간에서 ‘매우 높음’으로 전망된다. 다음 세기까지 티핑포인트가 일어날 과학적 증거는 아직 제한적이지만, 발생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즉, ‘증거의 부재가 부재의 증거는 아니다’라는 말이 여기에 해당한다. 또한 2022년 「사이언스」에 발표된 논문에서는 티핑포인트에 관한 200건 이상의 기존 연구를 종합 분석한 결과, 1.5℃ 아래에서도 안전을 확신할 수 없다고 경고한다.

모든 증거는 1.5℃를 넘을수록 티핑포인트의 발생 확률이 높아진다. 담배를 얼마나 피워야 암에 걸리는지를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흡연량이 늘수록 암 발생 가능성이 커지는 것과 같다. 우리가 티핑포인트의 '그 날과 그 시간'을 정확히 알게 되는 순간이란, 이미 티핑포인트에 빠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기후위기 앞에서 우리가 선택해야 태도는 책임 있는 현실주의다. 어떤 정책이 경제적으로 유리한가만이 아니라, 어떤 선택이 미래 지속가능성 조건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가를 먼저 따져야 한다. 불확실성이 있다는 이유로 행동을 미루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파국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더 이르게 행동해야 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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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기온 상승에 따른 티핑포인트. 1.5℃를 막는다고 해도 오버슈트 구간에서 티핑포인트가 일어날 수 있다. 오버슈트 경로(검정 실선)와 미래 배출량에 따라 달라지는 다른 경로들(검정 점선). 전 지구적 티핑 요소는 실선 테두리, 지역 티핑 요소는 점선 테두리로 표시. Global Tipping Points Report(2025)와 McKay et al.(2022)

 

배출량 경로: 오목형인가 볼록형인가

정해진 돈을 초반에 과도하게 쓰면 결국 파산에 이르는 것처럼, 허용된 온실가스를 다 배출하고 나면 기후시스템은 파국에 빠진다. 따라서 기온 상승을 막으려면 앞으로 배출할 수 있는 온실가스 총량을 제한해야 한다. 1.5℃를 넘지 않기 위해 허용된 누적 총 탄소 배출량을 '탄소예산(Carbon Budget)'이라고 부른다.


이러한 과학적 논의는 구체적인 국가 정책에도 직접적인 기준을 제공한다. 헌법재판소가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2031년부터 2049년까지 연도별 혹은 단계별 감축 경로를 구체화하라고 요구한 것은 단순한 행정적 문제가 아니라, 탄소예산 관리와 미래세대 보호의 문제로 이해할 수 있다.


오목형 경로는 탄소예산을 초기에 아껴 씀으로써 미래세대에 남겨질 감축 부담을 줄인다. 반면, 볼록형 경로에서는 초기에 탄소예산을 소진해 버려 미래세대는 급격한 감축과 더 큰 비용 부담을 떠안아야 한다. 따라서 두 경로의 차이는 같은 2050년 목표를 공유하더라도 세대 간 형평성과 돌이킬 수 없는 위험의 크기에서 결정적으로 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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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 오목형과 볼록형의 온실가스 배출 경로

 

2026년 「네이처 기후변화(Nature Climate Change)」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오버슈트 정도가 위험 수준과 탄소제거기술 의존도를 바꾼다고 설명한다. 1.5℃에 도달하도록 설계된 볼록형 경로(녹색)의 경우, 2100년 이전에는 대부분 기간 1.5℃ 이상에 머무르게 되어 티핑포인트에 도달할 위험이 커진다. 또한, 2060년 이후에는 탄소중립에 이르는 것만으로는 부족해, 대기 중 탄소를 직접 줄이는 탄소제거기술을 대규모로 도입해야 한다. 탄소제거기술은 비용이 많이 들며, 그 비용을 결국 지금 젊은 세대와 어린 세대가 부담해야 한다. 반면, 오목형 배출경로(파란색)는 1.5℃를 넘는 기간이 상대적으로 짧아 그만큼 티핑포인트 위험이 줄어든다. 감축 비용은 현재에 발생하지만, 그로 인한 편익(위험 감소)은 미래세대가 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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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3. 배출 경로에 따른 지구 가열. Tavoni, et al.(2026)

 

정치적 의지와 추진력

탄소 배출 이익은 기성세대가 더 많이 누리고, 그로 인한 위험은 젊은이들과 아이들이 더 크게 떠안는다. 늦춰진 대응은 더 가파른 비용과 더 큰 위험으로 되돌아온다. 어느 시점이 지나면, 나중에는 너무 늦어 버릴 수 있다. 그러므로 나중에 많이 줄이면 된다는 것이 아니라 바로 지금 많이 줄여야 한다. 기성세대는 미래세대에게 회복 불가능한 손상을 남길 수 있는 위치에 있다. 힘을 가진 자에게는 책임이 따른다. 특히 되돌릴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힘이라면, 그 책임은 선택이 아니라 의무다.

「IPCC 6차 평가보고서(WG3)」에서는 기술적으로 실행 가능하고, 점점 더 비용이 효율적이며, 시민의 지지를 받는 기후위기 대응 기술이 이미 있다고 밝혔다. 지금 문제는 우리가 기술과 돈이 없어서 기후위기를 해결할 수 없는 것이 아니라, 이러한 수단을 실제로 집행하려는 정치적 의지와 추진력이 부족한 데 있다.

유엔 사무총장 안토니우 구테흐스는 UNFCCC COP 30 개막 연설에서 이렇게 말했다. “과학은 분명하다. 1.5℃ 일시적 초과는 이제 불가피하다. 그러나 우리는 이 초과를 가능한 한 작고 짧게 만들기 위해 싸워야 한다. 지도자들에게 책임을 묻고, 행동을 요구해야 한다.”

 
<참고문헌>

IPCC, 2022: Climate Change 2022: Mitigation of Climate Change. Contribution of Working Group III to the Sixth Assessment Report of the 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McKay, A. et al. (2022), "Exceeding 1.5℃ global warming could trigger multiple climate tipping points", Science, Vol. 377/6611, https://doi.org/10.1126/science.abn7950.

Lenton, T. M., Milkoreit, M., Willcock, S., Abrams, J. F., Armstrong McKay, D. I., Buxton, J. E., Donges, J. F., Loriani, S., Wunderling, N., Alkemade, F., Barrett, M., Constantino, S., Powell, T., Smith, S. R., Boulton, C. A., Pinho, P., Dijkstra, H. A. Pearce-Kelly, P., Roman-Cuesta, R. M., Dennis, D. (eds), 2025, The Global Tipping Points Report 2025. University of Exeter, Exeter, UK.


Tavoni, M., Bauer, N., Drouet, L. et al. Implications of overshoot for climate mitigation strategies. Nat. Clim. Chang. 16, 261-272 (2026). https://doi.org/10.1038/s41558-026-0256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