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과학자와 피아노 #60. Another Trilogy: 0 아니면 1이 아니고, It 아니면 Bit가 아니고 (II)

블랙소스
2026-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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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으뜸화음이라는 이름의 자리에 큐비트가 들어온다. (고전) 비트는 1 아니면 0이지만, 그 1도, 0도 아닌 제3의 무슨 상태, 그것이 정말 무엇인지는 인류가 앞으로 더 파악해야 할 여지가 남아 있어 보이기도 하지만, 적어도 큐비트라는 이름은 붙여 준 상황이다. 그러니까, "0과 1이 동시에 존재한다"는 진술은 괜한 모호함만 낳는 느낌이다. 큐비트란, 두 '소리'의 동시 울림이 아니라, 측정하면 0이 나올 몫과 1이 나올 몫의 배합 — 존재가 아니라, 가능성의 배합이라는 점에서, 그리고 그 배합의 울림을 (적어도 아직까지의 물리학적 체계와 공학적 기술로는) 듣지 못한다는 점에서 악기로 울리는 화음 대비 굳이 차이가 있다면 차이가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결국 둘이 동시에 존재한다고 기술하니까 어렵지, 둘 각각이 묘하게 달라져 이도 저도 아니라고 하면 오히려 자연스럽다. 한 개체의 삶과 죽음이 공존한다는 말은 듣자마자 거부감이 오지만, 삶도 죽음도 아닌 어떤 상태라는 말은 그렇게 낯설지 않다. 물론 어느 쪽이나 모호하기는 마찬가지고 진짜 큐비트의 상태를 잘 말해 주고 있냐고 보면, 아주 단언하기도 쉽지 않다. 다만, 모순을 긍정하며 그 뒤로 숨느냐, 솔직하게 긍정도 부정도 아닌 분류의 부재를 솔직하게 드러내느냐 정도의 차이 아닐까? 어려움은 자연 쪽이 아니라 우리 쪽에서 생기는 법이다.

중첩은 소리 외에도 색에서도 나타나는 등, 일상에서 접하는 파동이라면 전혀 새로운 성질이 아니다. 아울러 거기서 각 성분이 차지하는 몫의 비율이 소리나 색의 정체성을 결정한다. 큐비트도 마찬가지다. 0의 몫이 클수록 측정했을 때 0이 나올 확률이 높다. 화음이 가만히 자기를 들려주는 동안 우리가 듣는 실재는, 어느 개별 음이 거기에 있느냐가 아니라 각 음이 어느 정도의 몫으로 그 자리에 자기를 내어 놓고 있느냐인 셈이다. 아울러, 당연히도, 이렇게 중첩을 일으키는 독립된 상태의 수는 둘이나 셋만은 아니다. 가령, 검정은 모든 색이 섞인다고 하지 않는가. 따라서 양자 정보의 단위 또한 큐비트만이 아닌 큐디트(qudit)로도 존재하고 활발히 연구되는 중이다. (여기서 d는 binary의 'b' 대신, digit에서 온 철자로, 일반적으로 확장한 단위를 의미하는 말로 쓰이는 중이다.)

흔히 큐비트를 돌아가는, 또는 공중에 던진 동전에 빗댄다. 그러나 돌아가는 동전은 이미 앞이나 뒤가 정해졌고 우리가 아직 못 봤을 뿐이다. 소리도 색도 마찬가지다. 중첩된 상태 그대로 관찰이나 측정이 가능하다. 큐비트는 다르다. 측정 전에는 모른다. 사실 중첩이라고 하는 그 자체는 하나의 해석이다. 정말 우리의 언어가 '중첩'이라고 기술할 뿐, 정말 1이거나 0으로 결정되기 전에 무엇이었는지는 모르지만, 실험으로 관찰된 결과와 일관된다. 일관된다는 말이 꼭 그것이 본 정체와 일치한다는 뜻은 아니다. 잠깐 앞에서 언급한 대로 이것이 이론의 한계인지 실험(기술)의 한계인지는 여전히 그조차 불분명하다. 중첩이라는 프레임이 잘 들어맞는다는 실험이 검증된 게, 100년 양자론의 역사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얼마 안 지난 과거라, 앞으로 어떤 새로운 실험 결과가 우리를 기다리는지는 도무지 알 도리가 없다.

따라서, 착지 전 동전 비유로 큐비트를 모델링한다면 틀린 악보를 머리에 새기는 셈이고, 나중에 얽힘이나 간섭이 나오면 그 악보는 무너진다. 비유는 매번 어느 지점에서부터는 우리를 배신한다.

비유의 배신을 피하는 길은 없을까? 비유가 무용지물만은 아니니 꼭 그래야만 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한 가지는 가능해 보인다. 바로, 기호와 부호의 자리, 수식 말이다. 아니 그렇게 되면 유일한 방법인가? 수학은 비유 없이 자연을 받아 적는다. 물론 그 자체로 또 하나의 해석이나 관점일 수 있음에도 말이다. 도·미·솔 같은 화음에 빗대지 않고, 빛이나 동전에 빗대지 않고, 그저 두 복소수와 정규화 조건 하나로 큐비트를 제시한다. 더 정확히 말하면, 빗대지 않는 것이 아니라 빗댈 필요가 없는 자리다. 자연의 그 행동을 그대로 받아 적으려는 최선으로 그 식이 나왔을 뿐이니까:

큐비트 = α ∣0〉 + β ∣1〉

-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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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소스 : 블랙홀을 source로 삼으면 반타블랙만큼 진한 맛의 과학문화적 sauce가 나온다고 믿는 물리 커뮤니케이터. 과학이라는 표현의 광범위함을 아우를 수는 없어서, 그리고 물리 중에서도 전공한 단편적 영역 외에는 잘 몰라서 최소한의 타협안으로 물리 커뮤니케이터라 자칭. 세상만사의 근간이 얽혀 있다고 믿는 양자중력과 양자정보에 관한 영원한 탐구생활을 위한 밥값은 모 대기업에서 만드는 데이터의, 데이터에 의한, 데이터를 위한 연구로 하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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