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ESC와 함께 하는 과학산책] 단백질 설계 기술이 열 미래

김준
2026-08-12
조회수 2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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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하는 대로 단백질을 설계하기 위한 기술 개발이 한창이다. 세포라는 공장의 핵심 부품인 단백질을 마음대로 설계함으로써 세포도 뜻대로 작동하도록 조절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다. 할 수 있는 일은 무궁무진하다. 암세포에만 있는 표적에 들러붙도록 단백질을 설계해 신약으로 활용할 수도 있고, 세포의 유전자를 뜯어고칠 수 있게 설계해 농작물 신품종 개발에 활용해볼 수도 있다. 생명현상을 근본부터 조작할 수 있는 힘을 얻어 우리를 둘러싼 온갖 생명현상을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기를 바라는 셈이다.


실제 산업에 쓰기에는 여전히 초기 단계에 있지만, 관련 기술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가장 먼저 발전한 기술은 단백질의 구조를 예측하는 방법이었다. 즉, 단백질의 구성성분을 읽어내 그 단백질이 3차원 상에서 어떤 구조를 지닐지, 그리고 그 구조를 기반으로 어떤 기능을 할 것인지 예측하는 방법이다.


수년은 걸렸을 복잡한 실험 없이도, 컴퓨터 안에 구성성분 정보만 입력하면 상당수 단백질의 구조를 예측하는 것이 가능해졌을 정도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 받아 노벨 화학상이 수여되기도 했다.


단백질 구조 설계하는 방법론까지 개발


현재는 이러한 단백질 구조 ‘읽기’를 넘어, 단백질 설계도를 직접 ‘쓰기’ 위한 방법론이 발전하고 있다. 구성성분만 보고 단백질의 구조를 예측하는 것이 가능하다면, 거꾸로 원하는 구조를 지니는 단백질의 구성성분 설계도를 예측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암세포에만 있는 표적을 잘 알고 있다면 그 표적에 딱 맞게 결합할 수 있는 단백질 구조를 추정할 수 있고, 다시 그 구조를 지니는 단백질의 설계도를 예측할 수 있는 것이다.


설계도만 알고 있다면 그 단백질을 세포 안에서 합성하도록 만들 수도 있다. 암세포를 표적으로 삼아 결합할 수 있는 단백질을 대량으로 합성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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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화 김기명>


이와 관련해 최근 단백질 설계를 고도화하기 위한 방법론 논문이 2편 발표됐다. 단백질은 거칠게 보면 구조가 단단하게 정해진 부분과 낭창낭창 움직일 수 있는 부분으로 나눌 수 있는데, 이 두 부분을 설계할 수 있는 방법론이 개발됐다.


첫번째 논문은 구조가 단단하게 정해진 부분을 대상으로 기존 설계 모델이 다루지 못한 문제, 즉 설계도에서 단백질의 길이를 바꾸는 문제를 풀어냈다. 단백질은 그 특성상 다양성이 아주 높아 길이가 조금만 바뀌어도 가능한 경우의 수가 너무 많아져 예측과 설계가 어려워진다. 다만 길이를 바꿀 수 있다면 설계된 단백질을 더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게 된다는 장점이 있다.


연구진은 단백질의 길이와 관계없이 큼지막한 몇 개의 덩어리로 정보를 압축해서 단백질 구조를 이해하고 설계할 수 있는 새로운 모델을 개발해 이 문제를 풀어냈다. 이렇게 압축된 덩어리 각각에서는 단백질 길이가 바뀌어도 구조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것도 확인됐다. 단백질 길이를 늘리든 줄이든 원하는 구조를 유지할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다.


실험적인 검증도 뒤따랐다. 이 모델을 활용해 기존에 널리 활용되던 형광 단백질을 포함해, 구조가 비슷하면서도 길이가 짧아진 단백질을 설계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입증한 것이다.


두번째 논문은 물리화학적인 특성을 이용하여 낭창낭창 움직이는 부분을 설계할 수 있는 방법론을 개발했다. 낭창낭창한 부분은 분명 중요한 기능을 하지만, 구조가 일정하지 않아 예측하는 것이 어려웠다. 이에 따라 이 부분에 대한 연구는 대개 ‘읽기’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고, 이를 설계하기 위한 빠르고 통합적인 방법론은 제대로 갖춰져있지 않은 실정이었다. 연구진은 이 문제를 해결해냈다.


구체적으로는 해당 지역을 설계하기 위해 예측이 어려운 구조적인 특성 대신, 예측가능한 대상으로서 단백질의 물리화학적 특성을 활용했다. 이를 통해 낭창낭창한 부분에 대해 원하는 기능을 결정해서 제공만 해주면, 이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신규 단백질을 수천 개씩 설계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마찬가지로 실험을 통해 본인들의 방법론이 제대로 작동한다는 것을 밝혀내기도 했다.


플라스크 속 단백질이 산업적 성과로


이처럼 인류는 단백질을 효과적으로 설계하고 활용할 수 있는 길로 나아가고 있다. 원하는 구조, 원하는 기능을 지닌 단백질을 대규모로 설계하고, 이를 대규모 실험을 통해 직접 검증하는 과정이 주류가 되고 있다. 사람이 하던 일을 AI로 고속화하고 집적화된 자동화 설비로 규모를 키우는 생명과학의 변화를 통해, 플라스크 속 단백질로부터 시작된 연구가 산업적 성과까지 안정적으로 연계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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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준 (충남대 교수 생명시스템과학대학)

내일신문과 ESC가 함께 과학칼럼 코너 '과학산책'이라는 이름으로 찾아갑니다. ESC 회원 과학자 칼럼니스트들의 맛깔난 '우리를 둘러싼 과학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기사원문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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