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ESC와 함께 하는 과학산책] 뜨거워지는 지구, 발전소 리스크도 커진다

홍진규
2026-08-19
조회수 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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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는 단순히 지구의 평균기온을 1~2℃ 높이는 데 그치지 않는다.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던 사회기반시설의 작동조건을 바꾸고, 때로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방식으로 우리 일상을 위협한다. 폭염으로 인한 온열질환자 대책과 폭염 취약계층의 냉방권에 대한 논의가 이어지고 있지만 에어컨을 작동시키는 전기를 만드는 발전소 역시 열을 식혀야 한다는 사실은 상대적으로 덜 주목받아 왔다.


문제는 바로 폭염이 냉방으로 인해 전기를 더 필요하게 만드는 동시에 그 전기를 생산하고 전달하는 능력을 떨어뜨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 올해 8월 기록적인 폭염으로 유럽 곳곳에서 원전 가동중단이나 출력제어 뉴스가 이어졌다. 원전 발전중단이나 발전을 줄이는 감발 사례가 잘 보도되지 않는 우리나라에서 이례적 뉴스였지만 크게 주목은 받지 못한 것 같다.


이번 유럽 원전의 문제는 폭염과 함께 발생한 가뭄 때문에 다뉴브강 수위가 낮아지면서 냉각수가 부족해졌고, 하천수온 상승으로 냉각수를 방류할 경우 하천 생태계에 위협이 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일시적 비상대응을 했지만 이런 대응이 언제까지 가능할지는 짐작키 어렵다.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발전소는 지금의 위험한 기후상황을 충분히 고려해서 건설되었다고 하기 어렵다. 우리는 지구 가열이 원전이나 화력발전소 냉각을 어렵게하는 리스크에 대해서 고민해야한다.


냉각문제, 우리나라도 예외일 수 없다


우리나라는 경직성 발전소 대부분이 바닷물을 냉각수로 이용하기 때문에 유럽처럼 가뭄으로 냉각수가 부족해질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적다고 오해할 수 있다. 원전은 사고 시 안전관련 기기를 냉각하는 계통이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허용 가능한 최고 해수온도인 ‘설계해수온도’가 정해져 있다. 원전별 차이는 있지만 대략 31~36℃ 수준이다.


한수원은 기온상승으로 향후 10년 내 국내 원전 8기의 가동이 중지될 심각한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문제는 이에 대한 대응은 시간과 비용측면에서 쉽지 않다는 것이다. 수온상승에 따른 출력 저하율을 1℃ 상승에 0.5%라는 보수적 가정으로도 이로 인한 발전량 손실은 월성1호기의 약 20%에 이른다.


중요한 것은 과거의 기후조건을 기준으로 설계한 발전시설을 급변하는 기후조건에서도 안정적으로 운영하려면 추가적인 조치와 설비보완이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가파르게 상승하는 기온에 따라 그 비용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앞으로 원전의 경제성과 안정성을 평가할 때에는 건설비 연료비뿐 아니라 변화하는 기후조건에서 안정적인 운전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냉각설비와 기후적응 비용까지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


문제는 원전에 국한되지 않는다. 석탄과 가스복합발전 역시 외부 기온이나 냉각수 온도가 높아지면 발전효율과 출력이 떨어질 수 있다.


그리고 기온상승은 송전망에도 영향을 준다. 기온이 높아지면 송전선의 저항이 증가하고, 이에 따라 전력손실이 커지거나 안전하게 보낼 최대 송전용량이 감소할 수 있다. 평상시에는 송전망에 어느 정도 여유가 있기 때문에 이러한 변화가 곧바로 전력부족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동해안과 수도권 사이처럼 이미 송전제약이 문제가 되는 구간에서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특히 중요한 것은 이러한 문제가 폭염기에 동시에 발생하는 복합위험이라는 점이다. 냉방수요는 크게 증가하는데 발전소의 출력은 줄어들고 동시에 송전망의 여유도 감소할 수 있다. 개별적으로는 작은 변화라 하더라도 같은 시간에 겹치면 전력계통 전체에는 훨씬 큰 부담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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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화 김기명>


지속가능한 전력시스템이 무엇인지 물어야


에너지 대량생산이 가능해지며 우리의 삶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편리하고 풍요로워졌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증가한 온실가스가 이제는 역으로 현대문명을 지탱하는 에너지 생산을 위협하고 있다. 이제 우리가 물어야 할 것은 현재 가장 싸고 안정적으로 보이는 발전원이 무엇인가가 아니라, 앞으로 수십년간 변화할 기후에서도 안정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전력시스템이 무엇인가이다.


특히 한번 건설하면 수십년 동안 운영되는 대규모 발전시설을 계획할 때는 오늘의 기후만을 기준으로해서는 충분하지 않다. 그 시설이 실제로 운영될 미래의 기온과 해수온, 극한기상까지 고려하고 이를 대비하기 위한 냉각설비와 송전망 보강, 에너지 저장과 예비력 등 기후적응 비용까지 함께 따져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지금까지 우리가 안정적으로 사용해왔던 발전원이 계속해서 변화하는 기후에서도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할 수 있을 것인지, 이를 위한 비용은 어느 정도인지 면밀하고 합리적으로 평가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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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진규 (연세대 교수 대기과학과, ESC 회원)

내일신문과 ESC가 함께 과학칼럼 코너 '과학산책'이라는 이름으로 찾아갑니다. ESC 회원 과학자 칼럼니스트들의 맛깔난 '우리를 둘러싼 과학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기사원문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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