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1.5℃를 넘어선다 해도 목적지는 그대로다

조천호
2026-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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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천호(대기과학자)

 

유엔환경계획(UNEP)이 2026년 9월 2일 펴낸 보고서 『오버슈트 제한하기: 1.5℃ 초과를 헤쳐 나가며 목표로 되돌아가는 경로』는 지구 온난화가 1.5℃를 넘어서는 것을 막을 현실적인 경로가 더는 남아 있지 않다고 진단했다. 2015년 파리기후협정 무렵에 가능했던 ‘1.5℃ 이내’ 감축 경로가, 지속적인 배출 증가 탓에 사실상 실현하기 어려워졌다는 뜻이다.

 

앞으로 세계가 온실가스 감축을 대폭 강화해 2100년의 지구 평균 기온 상승을 1.5℃ 수준으로 되돌리는 데 성공하더라도, 그에 이르는 중간 과정에서는 1.5℃를 일시적으로 넘어설 전망이다. 이처럼 장기적으로는 기온 상승을 목표 수준 아래로 낮추지만, 중간에 목표값을 초과했다가 다시 내려 오는 상태를 ‘오버슈트(overshoot)’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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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전지구 평균기온과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경로.
2100년 지구온난화 수준의 기준(GWL reference)인 1.5℃ 이내에 도달한다 해도 오버슈팅이 일어난다.


 

오버슈트를 피하기 어려운 까닭은 기후시스템의 누적성에 있다. 이산화탄소는 한번 배출되면 상당 부분이 수십 년에서 수백년, 일부는 수천 년에 걸쳐 영향을 미친다. 이미 배출된 온실가스가 미래 온난화를 상당 부분 결정해 놓았다는 뜻이다. 또한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며 대기오염을 개선하는 과정에서는, 햇빛을 반사해 지구를 일시적으로 식히던 에어로졸의 냉각효과도 함께 약해진다. 이는 단기적으로 온도 상승을 일으킬 수 있다.

 

1.5℃ 돌파 시점에 대한 전망은 계속 앞당겨져 왔다. IPCC가 2018년에 펴낸 「지구온난화 1.5℃ 특별보고서」는 1.5°C에 도달할 시기를 2030~2052년으로 제시했다. 6차 평가보고서(AR6 WG I)는 그 시기를 2021~2040년으로 앞당겼다. 인간 활동이 초래한 지구 온난화는 이미 산업화 이전보다 약 1.4℃에 이르렀고, 최근에는 10년마다 약 0.25℃의 속도로 높아지고 있다. 세계기상기구(WMO)는 2026~2030년 5년 평균 기온이 파리 목표를 넘어설 확률을 75%로, 이 기간 적어도 한 해의 연평균 기온이 1.5℃를 넘을 확률을 91%로 전망한다. 현재 수준의 온실가스 배출이 5년 더 이어지면, 우리가 경험하게 될 온난화에는 최소 0.1℃가 더해진다.

 

오버슈트의 영향

기온 상승 1.5℃를 넘어서면 극한 고온과 가뭄, 집중호우, 산불 같은 위험은 더 자주, 더 강하게 나타난다. 식량·물·보건 안보가 동시에 흔들리고, 해수면 상승과 폭풍 해일은 저지대와 소규모 섬 개발도상국의 거주 가능성을 위협한다. 일부 공동체에는 단지 재산 피해의 문제가 아니라, 삶의 터전과 문화의 지속 자체가 걸린 문제다.

 

피해의 전조는 이미 뚜렷하다. 한때 100년에 한 번 예상되던 치명적인 폭염은 이제 10년에서 20년에 한 번꼴로 찾아온다. 1970년대 이후 전 세계 빙하가 잃은 질량의 40% 이상은 지난 10년 사이에 사라졌다. 2023년부터 2025년 사이 열대 산호초의 80% 이상이 백화 피해를 겪었다.

 

피해는 앞으로 더 넓은 지역과 더 많은 사람에게 번질 전망이다. 2050년에 50억 명이 넘는 사람이 해마다 최소 한 달 이상 극심한 더위를 경험할 것으로 예상된다. 효과적인 적응이 없다면 세계 식량 생산은 최대 14% 줄어들 수 있다. 영양실조 위험은 특히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남아시아, 중앙아메리카에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 기후위기의 피해가 이미 취약한 지역과 사람들에게 불균형하게 쏠리는 기후정의의 문제이기도 하다.

 

해수면 상승은 이 불평등을 더욱 선명하게 만든다. 2050년까지 예상되는 5~10센티미터의 추가 상승은 인도양과 열대 태평양 여러 지역에서 해안 홍수 발생 빈도를 두 배로 늘릴 전망이다. 이는 폭풍 해일을 키우고, 지하수와 농경지에 바닷물이 스며들게 하며, 바닷물을 깊숙한 내륙까지 밀어 넣는다. 특히 소규모 섬 개발도상국에게는 식수와 식량 생산, 주거, 국토 보전이 한꺼번에 위협받는다.

 

오버슈트 피해는 사람과 생태계에 그치지 않는다. 기온을 다시 낮추기 위해 의지해야 할 자연의 탄소흡수원과 에너지 시스템, 사회의 적응 역량까지 약화시킨다. 산불은 숲에 저장돼 있던 탄소를 대기 중으로 배출하고 산림의 탄소흡수 능력을 떨어뜨린다. 가뭄은 수력발전량을 줄이며, 폭염은 태양광 패널의 효율을 낮춘다. 습지의 온난화는 메탄 배출을 늘려 추가 온난화를 부를 수 있다. 다시말해, 오버슈트는 피해를 키울 뿐 아니라 그 피해에 대응하는 능력 자체를 갉아먹는 악순환을 만든다.

 

돌이킬 수 없는 손실

앞서 살펴본 피해는 그나마 적응하거나 완화할 여지가 남아 있다. 하지만 1.5℃를 일시적으로라도 넘어서면, 적응으로도 되돌릴 수 없는 기후시스템의 문턱, 즉 티핑포인트를 건널 위험이 커진다. 산호초는 어떤 시나리오에서도 이번 세기를 살아남을 가능성이 낮고, 2100년까지 아마존 열대우림의 약 40%가 사라질 위험에 처해 있다. 그린란드와 서남극 빙상의 급격한 붕괴, 대서양 자오선 역전순환(AMOC)의 교란도 같은 문턱 너머에 있다.

 

멸종한 종은 부활하지 않는다. 극심한 기후에 손상된 일부 생태계는 결코 회복되지 않는다. 생물다양성 손실은 우리 삶과 생계가 의존하는 자연 시스템을 약화시키고, 대기에서 탄소를 거둬들이는 능력마저 갉아먹는다. 산악 지역 사회에 물을 대는 빙하는 2100년까지 질량의 최소 4분의 1을 잃을 것으로 전망되며, 한번 녹아 사라진 산악 빙하는 인간의 시간 척도에서는 영구적이다. 녹고 있는 영구동토층에서 새어 나온 탄소도 다시 회수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오버슈트가 일어나면 2100년까지 1.5℃로 돌아간다고 해도 우리가 떠나온 그 세계로 돌아간다는 뜻이 아니다. 인간의 건강과 물 공급, 자연, 도시와 인프라, 경제가 모두 심각하게 손상될 수 있고, 일부 손실은 되돌릴 수 없다. 많은 공동체가 이주하거나 생계를 바꿔야 할 것이다.

 

1.8℃, 남은 최선의 시나리오

그렇다면 지금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은 무엇인가. 2100년 이전에 기온을 다시 낮출 기회를 갖기 위해, UNEP 보고서는 '오버슈트, 정점, 그리고 감소(overshoot, peak and decline)' 경로를 제시한다. 모든 국가 기후계획의 전면 이행과 모든 넷제로 약속이 지켜지는 가장 낙관적인 시나리오에서조차, 최고 상승 폭은 약 1.8℃에 이른다. 그 정점조차 2035년까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을 2019년보다 55% 감축하고, 세기 중반까지 배출을 사실상 제로로 만들어야 잡을 수 있다. 현재 정책이 이어질 경우의 2100년 상승 폭은 약 2.6℃로 평가된다.

 

이제 탄소중립은 종착지가 아니라 통과점이다. 기온을 낮추려면 배출보다 제거가 많은 상태를 장기간 유지해야 하며, 이를 위해 재조림같은 이산화탄소제거(CDR)가 한 축을 이룬다. 보고서는 단, CDR이 감축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지원하는 것이라고 못 박았다.

 

남은 시간은 이 경로조차 쉽지 않게 만든다. 1.5℃에 머물 가능성을 유지하기 위한 잔여 탄소예산은 2026년부터 1,300억 톤에 불과하다. 오늘날 세계 연간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약 400억 톤이므로, 배출량이 지금 수준으로 계속된다면 이 탄소예산은 3년 안에 바닥난다.

 

무엇보다 올라가는 길과 내려오는 길은 대칭이 아니다. 현재 속도로 10년간 진행된 온난화를 되돌리는 데는 낙관적인 가정에서도 약 50년이 걸릴 수 있다. 기온을 0.1도 내리려면 대기에서 약 2,200억 톤의 이산화탄소를 순제거해야 하는데, 이는 전 세계가 6년 동안 배출하는 양에 맞먹는다. 이 비대칭이 뜻하는 바는 간단하다.지연은 대응을 미루는 일이 아니라, 나중의 부담을 곱하는 일이다.

 

행동할 시간

기성세대가 흔히 말하는 '현실'은 때로 변화를 미루기 위한 현실주의가 된다. 그러나 진짜 현실주의는 오버슈트가 피하기 어려워졌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지금 당장 줄이지 않으면, 나중의 대응은 단지 더 비싸고 어려워지는 데 그치지 않는다. 어떤 손실은 되돌릴 수 없고, 어떤 문턱은 한 번 넘으면 되돌아 올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분명하다. 오버슈트의 정점을 0.1℃라도 낮추고 1.5℃를 넘는 기간을 잠시라도 짧게 만드는 것이다.

 

우리의 목적지인 1.5℃는 변하지 않았다. 다만 그곳으로 가는 여정은 더 가파르고 위험해졌다. 오버슈트는 체념할 이유가 아니라, 서둘러 행동해야 할 이유다.

 


<참고문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