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후위기를 주제로 강연을 할 때마다 거의 매번 ‘그럼 우리가 무엇을 하면 좋을까요?’라고 묻는 분이 있죠. 두 가지 맥락에서 나오는 질문입니다. 제가 워낙 기후위기의 구조적 맥락을 강조하는 편이라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이 있을까라는 회의가 깔린 것이기도 하고 다르게는 그래도 우리가 해야 할 일이 있다면 무엇일까를 묻는 것이기도 하지요.
그에 대해 제가 꼭 드리는 말이 몇 가지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대중교통을 이용하자는 겁니다. 우리나라도 그렇고 세계 전체를 봐도 수송부문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가 전체의 15%가량을 차지합니다. 전기 사용량은 제외하고 따진 것으로요. 이 중 70%가 자동차입니다. 즉 자동차가 휘발유나 디젤유를 연소시켜 움직일 때 발생하는 양만 줄여도 상당한 부분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죠.
이에 대한 대응으로 가장 먼저 내연기관 자동차 대신 전기자동차를 이용하는 것입니다. 실제로 정부나 기업 등이 이런 방향으로 로드맵을 짜고 있지요. 여러 가지 정황상 2030년 정도 되면 특수한 목적의 자동차를 제외하면 새로 만들어지는 자동차는 거의 전기 자동차일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전기 자동차라고 아예 이산화탄소를 내놓지 않는 건 아닙니다. 우선 그 정도 시점이 되어도 그리고 그 이전에 모든 전기가 재생에너지로 만들어지진 않을 겁니다. 화력발전이 상당 부분 포함되어 있겠지요. 거기다 우리나라의 경우 매년 2~3% 정도씩 전기 소비량이 커집니다. 경제가 발전하면서 에너지 소비가 커지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이치이기도 합니다.(물론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만 이 이야기는 다른 주제에서 다루기로)
더구나 기존에 화석연료에 의존하던 부분들을 전기로 대체하면 전기 소비량은 더 빠르게 증가할 겁니다. 가령 가스레인지 대신 인덕션을 사용하고, 공장에서도 석탄 대신 전기를 쓰는 것 등이지요. 마찬가지로 전기 자동차가 보급됨에 따라 전기 소비량이 증가하게 되면 재생에너지 보급이 확대되어도 기존 화력발전을 중단할 시기가 늦춰지게 됩니다.
또 하나 전기 자동차 생산 과정에서도 이산화탄소는 발생합니다. 일단 차체를 이루는 철을 제련하는 과정에서 다량의 이산화탄소가 나옵니다. 그리고 철과 함께 부품의 상당량을 구성하는 플라스틱도 마찬가지지요. 더구나 인조고무로 만드는 타이어까지 합치면 사실 자동차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는 만만치가 않습니다.
여기에 전기자동차는 배터리를 제작하는 과정에서도 다량의 이산화탄소가 추가됩니다. 전기차 1대를 만드는 과정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 중 약 절반 정도가 배터리 제조 과정에서 만들어집니다. 그래서 전기 자동차는 제조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량이 기존 내연기관 자동차에 비해 더 많죠. 이 때문에 전기 자동차와 내연기관 자동차는 약 4년 정도 운행해야 이산화탄소 발생량이 비슷해지고 그 이후부터 전기 자동차의 이산화탄소 발생량이 줄어들게 됩니다. 물론 재생에너지를 이용한 전기 보급이 더 확대되면 이 수치는 달라지겠지만요.
거기에 운행 과정에서 타이어의 마모 등으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와 미세 먼지 등은 전기차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수송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줄일 수 있는 가장 즉각적이고 영향력이 큰 대책이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겁니다. 출근길이 약 32킬로미터일 때 자가용 대신 버스나 지하철을 이용하면 1년이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약 2.2톤 정도 줄일 수 있습니다. 만약 1000만 명이 이 정도로 줄이면 2200만 톤을 줄이는 셈이지요. 이 양은 우리나라 전체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약 3% 정도를 차지합니다.
여기에 추가되는 것이 있습니다. 먼저 도심지의 교통량이 대폭 줄어듭니다. 통계에 따르면 도심지의 차량 운행 중 30% 가까이가 주차장을 찾아 헤매는 과정입니다. 자가용 운행이 줄면 도심지 교통량이 크게 줄어들고 이로 인해 도심지의 열섬 효과와 각종 오염 물질의 발생량도 줄어듭니다. 또 하나 필요한 주차 공간이 줄어듭니다. 줄어드는 주차 공간을 녹지로 바꾸면 이 또한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는데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자가용을 이용하는 이들이 이런 사정을 몰라서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않는 건 아니지요. 우리 집에서 직장까지 가는데 두어 번 지하철과 버스를 갈아타야 하고, 타는 내내 꽉 찬 사람들 틈에서 이미 지쳐버리면 저라도 좀 더 쾌적한 출근을 원하게 되는 건 당연합니다. 더구나 경기도에서 서울로 출퇴근을 하거나 같은 서울이라도 동쪽 끝에서 서쪽 끝으로 가는 등의 일은 쉽지 않습니다.
주말에 가족이 야외에 놀러가기라도 하려면 차가 더 간절하게 됩니다. 대중교통으로 갈 수 있는 곳은 한정되어 있고 시간도 훨씬 오래 걸리지요. 집에 환자나 장애인이 있어도 마찬가지입니다. 나이 드신 부모님 모시고 시내라도 나가려면 자연히 자가용을 이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차를 소유하고 모는 일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꽤 많은 재정 부담을 안기는 일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차를 소유하는 것은 자가용을 모는 것이 절실하거나 삶의 질을 높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대중교통 이용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그에 맞는 정책이 우선되어야 합니다. 우리나라 대중교통 비용이 싸다고들 하지만 사실 이는 1회 이용에 드는 비용이 쌀 뿐입니다. 외국의 경우 정기적으로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이들을 위한 할인권제도가 있어 매일 혹은 자주 이용하는 사람들은 우리나라보다 더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습니다.
또한 교통 정책도 대중교통의 편의성을 더 높이고 자가용 운행에 불이익을 주는 방향으로 바뀌어야겠지요. 물론 이는 돈이 드는 일입니다. 지하철 노선을 좀 더 많이 확충하고, 철도가 가닿는 곳이 지금보다 더 광범위하게 늘어나야 합니다. 버스 노선도 더 촘촘해져야 하고요.
반대로 자가용이 주는 편의성이 줄어들게끔 정책이 이루어져야겠지요. 지금도 일부 실시하고 있는 주말 자가용 없는 거리 등이 더 폭넓게 시행될 필요가 있습니다.
또 하나 시민들이 안전하게 걸을 권리와 안전하게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할 권리가 확보되어야 합니다. 왜 차가 오르내리는 대신 혹은 건널목 대신 걷는 이들이 지하도와 육교를 건너야 하는지는 압니다. 건설비용이 싸기 때문이지요. 차량 운행의 흐름이 끊어지지 않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기도 하지요.
하지만 육교와 지하도로 걷게 되면서 이동이 힘들어지고 포기하게 된 이들이 있습니다. 노인도 장애인도 임산부도 이런 곳으로 다니기 힘들지요. 과연 우리가 걸어서 이동할 권리가 이런 비용보다 값싼 것일까요?
21세기 들어 육교와 지하도를 점차 철거하고 대신 건널목으로 바꿔지거나 엘리베이터가 설치되고 있는 것은 그런 의미에서 다행스런 변화입니다만 아직도 도보 접근성이 떨어지는 곳이 많습니다.
자전거로 출퇴근이나 등하교를 하는 것도 쉽지 않지요. 도로와 인도를 만들 때 아예 자전거를 생각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도로보다 좁은 인도(왜 인도가 도로보다 좁아야 하고, 왜 우리가 걸으면서 서로 부딪치는 걸 고민해야 하는 지도 모르겠습니다만)에 자전거가 함께 다닐 수밖에 없는 거죠.
하천변으로 자전거도로가 놓인 것은 좋은 일입니다만 여가용이 아니라 실제 출퇴근이 등하교가 가능하도록, 시장이나 가까운 곳을 갈 때 사고 걱정 없이 자전거를 탈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은 시혜가 아니라 우리가 누려야할 당연한 권리이죠.
대중교통이 확대되어야 할 이유와 방향은 기후위기 이외에도 있습니다. 아침에 마을버스를 타고 나와 지하철을 갈아타고 다시 환승해서 직장에 출근합니다. 점심은 부근 식당에서 해결하지요. 퇴근 후에는 누군가와 만나 반주를 곁들인 저녁을 먹고 다시 출근과 반대 과정을 거쳐 집으로 갑니다. 그 사이 우리 시야에 들어온 사람들의 숫자는 못해도 몇 백 명, 많게는 천 명이 넘을 겁니다. 그렇게 1년을 보내는 동안 시각 장애인을 만난 날이 며칠이나 될까요? 현재 등록된 시각장애인은 25만 여명으로 인구 200명 당 한 명이지만 우리가 시각장애인을 만나는 경우는 매우 드뭅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힘들기 때문이지요. 사정이 조금 덜 하기는 하지만 지체장애인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등록된 지체장애인은 약 120만 명 정도로 100명 당 두 명이 조금 넘습니다. 하지만 지하철에서도 버스에서도 그리 쉽게 만나지 못하지요. 마찬가지로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20대가 지팡이를 짚고 걸으면 장애인이지만 70대 노인이 지팡이를 짚고 걸으면 당연하게 여기지요. 하지만 10살이든 100살이든 장애는 장애입니다. 그리고 이 장애는 아직 노인이 되지 않은 사람들 절반 이상이 겪을 수밖에 없습니다. 장애인이 이용가능한 대중교통이 되어야할 또 다른 이유지요.
대중교통의 확대는 이동권의 보편성 차원에서 장애인에게만 열려야하는 공간이 아니라 가난한 자에게 열려야 하는 공간이기도 합니다. 자가용으로 한 시간이면 출근할 거리가 대중교통으로 두 시간 걸리는 게 당연하면 안 됩니다. 오랜만에 주말에 식구들과 함께 괜찮은 곳으로 여행을 떠나고 싶어도 자가용이 없으면 엄두도 못 낼 곳이 이 좁은 대한민국에도 숱한 것이 당연하면 안 됩니다.
대중교통 이용 요금에서도 이는 마찬가지입니다. 노인을 제외하곤 누구나 같은 요금을 내고 이용하는 것은 과연 당연한 걸까요? KTX 요금이 아까워 한 시간 이상 더 걸리는 고속버스를 타는 것이 당연한 일인가요? 심야에 일이 끝난 물류센터 알바생들이 버스가 다니는 시간까지 두세 시간을 기다리거나 방향이 맞는 이들끼리 택시를 타고 가는 것이 당연한 일일까요?
도심에서 도로를 좁히고 인도와 자전거도로를 늘리는 것,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대중교통 체계를 만드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닐 겁니다. 돈도 많이 들겠지요. 결국 우리 세금에서 지불해야할 돈입니다. 하지만 이 비용을 지불하는 고통을 우리가 감내하는 것이 결국 올바른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도로가 좁아지고 갈 수 없는 장소, 갈 수 없는 시간대가 늘면 자가용으로 움직이는 것이 불편하겠지요. 저는 이 또한 기후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우리가 나눠져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누구나 대중교통을 이용해 이동할 수 있는 권리를 확보하고, 대신 꼭 다녀야할 차들만 도로로 움직이는 미래를 상상합니다.

| 작성자: 박재용 (전업 작가, ESC 지구환경에너지위원회 부위원장) 과학과 사회가 만나는 곳, 과학과 인간이 만나는 곳에 대한 글을 주로 썼습니다. 지금은 과학과 함께 사회문제에 대한 통계를 바탕으로 한 글을 자주 쓰고 있습니다. 출간된 책으로는 '불평등한 선진국', '지속가능한 세상을 위한 통계 이야기', '1.5도 생존을 위한 멈춤', '웰컴 투 사이언스 월드', '과학 VS 과학' 등 20여 종이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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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 대해 제가 꼭 드리는 말이 몇 가지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대중교통을 이용하자는 겁니다. 우리나라도 그렇고 세계 전체를 봐도 수송부문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가 전체의 15%가량을 차지합니다. 전기 사용량은 제외하고 따진 것으로요. 이 중 70%가 자동차입니다. 즉 자동차가 휘발유나 디젤유를 연소시켜 움직일 때 발생하는 양만 줄여도 상당한 부분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죠.
하지만 전기 자동차라고 아예 이산화탄소를 내놓지 않는 건 아닙니다. 우선 그 정도 시점이 되어도 그리고 그 이전에 모든 전기가 재생에너지로 만들어지진 않을 겁니다. 화력발전이 상당 부분 포함되어 있겠지요. 거기다 우리나라의 경우 매년 2~3% 정도씩 전기 소비량이 커집니다. 경제가 발전하면서 에너지 소비가 커지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이치이기도 합니다.(물론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만 이 이야기는 다른 주제에서 다루기로)
과학과 사회가 만나는 곳, 과학과 인간이 만나는 곳에 대한 글을 주로 썼습니다. 지금은 과학과 함께 사회문제에 대한 통계를 바탕으로 한 글을 자주 쓰고 있습니다. 출간된 책으로는 '불평등한 선진국', '지속가능한 세상을 위한 통계 이야기', '1.5도 생존을 위한 멈춤', '웰컴 투 사이언스 월드', '과학 VS 과학' 등 20여 종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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