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 기후위기 토론 모임 #1 후기 '기후위기, 가볍게 척! 하고 막아보기! 토론' (2022-10-22)


ESC 기후위기 토론 모임 #1 후기


1차 토론 모임 시사점 요약

1. 논 농사가 의외로 뜨거운 이슈들이 많이 있었다.

  • 전기 사용료 인상 
  • 쌀농사가 유인한 인구과밀도 현상(아시아)
  • 식량주권, 식량 안보
  • 대체적인 입장은 생존권이므로 온실가스 감축을 급격하게 실행해야 한다는 입장보다는 생존이 우선한다는 입장이 컸음

2. 우주 개발 
  • 산업발전과 기후위기 대응방책은 같이 갈 수 없는가?
    1) 대체로 같이 갈 수 있다는 입장이 많았음,
    2) 단, 산업의 형태가 새로운 산업이었음.
    3) 경제의 발전을 전제하지 않고 운동을 촉구할 수 없음
    4) 유한한 물질로서의 지구 행성의 한계가 분명하므로, 이전의 산업이라도 명명하던 것과는 형태적 차이점이 있다는 것을 전제해야 함
  • 남극을 국제 규약으로 개발 제한 구역으로 강력하게 보호하지 않았다면 오늘날 남극은 혹은 그로 인한 기후변화의 촉발을 더욱 강력해 졌을 것이다. 
  • 기후위기 시대에 제한 없는 우주 관광을 허용해야 하나.

    공존, 가치, 평등, 허용하지 말아야 한다. 허용해야 한다는 의견의 경우 자유의 가치를 훼손할 수 없다. 자유의 가치를 인정한다는 대 전제위에 자유에 따르는 강력한 책임을 요구해야 한다.

    단, 이 경우도 행성 지구의 대기의 급변점을 넘어서지 않는 범위라는 분명한 단서가 있어야 함.

- by 김추령 -


  어제 저녁에 ESC에서 기후위기 관련된 토론모임을 한다고 해서 가봤다. 어제 후기에서도 말씀드렸지만 나는 사실 기후위기, 원자력 등의 과학적 논제를 마주할 때면 늘 주눅이 들게 된다. 이런저런 책들을 읽어봐도 내 입장을 정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원자력 관련해서 지금도 이런저런 책읽기 모임이나 단체행동 등에 참여하고 있지만 솔직히 거의 말을 안 하고 계속 보고만 있다. 정말 모르겠어서 그렇다. 공부할수록 잘 모르겠다고 하는 게 상투적인 겸손의 표현이 되어버려서 사용하기 싫어하지만 이 경우에는 정말 그렇다. 딱히 내가 지식이 부족해서만 그런 게 아니라 담론 지형 자체가 그렇게 되어 있다. 한쪽은 너무 기술적인 문제로 넘어가버리고, 다른 한쪽은 반대로 아예 정파적인 문제로 환원해버리다보니 나같은 사람이 판단 기준을 명료하게 세우기가 더 어렵다.


 내 나름대로 원자력 관련해 이런저런 공부를 하면서 기준을 세웠던 게 원자력은 근대국가의 강력한 중앙집중화 경향과 연관이 깊은데, 마르크스주의자를 자처하는 입장에서 이런 중앙집중화 경향은 국가의 전제적 지배를 뒷받침하는 기반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일단은 부정적으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대안이 에너지의 분권화, 분산화인가? 가정에서 태양열 에너지를 사용하고, 지역적 발전을 행하면 되는 건가? 또 일국 수준에서 에너지 자립화를 달성하는 게 마냥 좋은 일인가? 국제주의적 입장은 이 원자력과 에너지 수급 문제과 어떻게 연결되어야 할까? 솔직히 잘 모르겠다. 그 분야에 무지하기도 하지만 중앙집중화에 반대한다고 분권화만을 지향하는 것도 이런저런 문제들이 있지 않나 싶다. 내 "Kibun"이 초큼 그래, 정도를 넘어서서 논의를 진행시키기가 어렵다.  


 그래서 기후위기 시대의 윤리 문제를 다룬 토론모임에서도 윤리를 다루고 있지만 인문학 공부한 내가 개입할 여지가 거의 없다고 생각했다. 구경만 하다가 와야겠다, 했는데 생각보다 말을 많이 했다. 기후위기 시대의 윤리 문제란 내가 어제 토론모임을 하고 집에 오면서 생각했을 때 핵심이 "생활수준" 아닌가 싶다. 기후위기 시대의 상업용 우주관광을 주제로 했을 때 윤리적 문제라는 건 결국 사적 소유에 기초해서 내가 내 돈으로 탄소배출량이 많은 우주여행을 즐기는 것이 누군가의 생활수준의 악화, 심지어는 생명의 박탈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상황에서 그런 탄소배출량이 많은 걸 즐기는 게 윤리적으로 옳은지 따지는 과정에서 나타나기 때문이다. 탄소배출을 많이 하는 생활수준이 어디까지 허용될 수 있고 유지될 수 있는가? 


 이 문제는 결국 우리를 정치철학의 오랜 난제인 "가장 정의로운 체제란 무엇인가"의 문제로 끌고 간다. 기후위기 시대의 정치철학이란 1. 최소한의 생존을 보장하는 수준 이상의 생활수준을 제공해주면서도 2. 기술혁신과 산업발전을 저해하지 않고 3. 자유와 인권 등의 민주주의적 가치들을 보장할 수 있으면서 4. 기술혁신 등의 여러 성과들을 사회구성원 더 나아가 인류가 함께 공유할 수 있도록 평등성을 갖추고 5. 일국적 수준에서뿐만 아니라 국제적인 협력기조 속에서 기후위기의 극복을 지향하고 실행할 수 있는 '정의로운 체제'를 자연과학과 함께 고민해야 한다. 이 기준을 탐색하는 과정에서 추구해야 할 가치들을 논의하고 수렴할 수 있는 어떤 토론 플랫폼 같은 걸 경험해서 흥미롭고 재밌었다.


 산업, 정치체제, 윤리 등의 여러 가치와 기준들을 놓고 잘 논의해보면 나름대로 한국의 시민단체가 이런저런 형태의 '대안적 정치모델'을 제시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여러 정치모델들을 제시하고 그 논의를 확장해나갈 수 있다면 기후위기 시대의 한국 시민사회가 위기 극복을 주도하는 민간의 자율성을 인류사의 최전선에서 확립하는 새로운 지평을 여는 게 아닐지. 토론 플랫폼이 흥미로워서 다른 정당 조직들도 ESC의 모델이 확립되면 수용해 실험할 수 있으면 재밌을 듯하다. 아무튼 이런저런 생각.

- by 손민석 - 


'기후위기, 가볍게 척! 하고 막아보기! 토론을 시작해봐요.' 란 주제로 22일 토요일 저녁 성수동에서 12명의 회원들이 모여 토론모임을 가졌습니다. 최근 김추령 님이 쓰신 '지금 당장 기후 토론(김추령 지음, 우리학교)' 책을 중심으로 토론은 진행되었고, 추령 님이 퍼실리테이터로 토론을 이끌어 주셨습니다. 토론은 3가지 주제로 묵직하면서도 우리 사회에 당면한 과제와 미래에 당면할 과제들로, 일반 시민들도 충분히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주제였습니다.


산업 발전과 기후위기 대응은 함께 할 수 있는가?

토론 참석자들은 포스트잇으로 산업 발전과 기후위기 대응은 함께 할 수 '있다'와 '없다' 사이에 공간에 10점 척도와 같은 형태로 포스트잇을 붙였습니다. '있다'에 가깝게 붙인 분, 중간쯤에 붙인 분, '없다' 쪽에 가깝게 붙인 분 등 어느 쪽에 쏠림 현상 없이 포스트잇은 쭉 나열되는 형태를 보였습니다. 그 모습이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그만큼 이 사안을 바라보는 시각이 다양하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 같습니다. 각자 포스트잇을 그 위치에 붙인 이유를 이야기하면서 토론에 점점 빠져들었습니다. 다양한 생각이 존재함에도 이야기를 나누면서 어느 지점에서 합의점 도출이 가능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기후변화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관광 목적 우주 여행은 허용해야 하는가?

우주여행에 관한 토론은 모바일로 접근해 투표 방식으로 의견을 취합하였고, 참석자들의 답변을 보면서 토론을 진행하였습니다. 퐝아재는 우주 관광은 극소수 부자들이 누릴 수 있는 혜택에 반해, 로켓이 대기권에 어떤 변화를 줄지, 그것이 기후 위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아직은 과학적으로 설명하지 못하는 부분들이 있다는 점에서 반대쪽에 가깝게 의견을 냈습니다. 반면, 인간이 가진 자유, 도전, 가치라는 측면에서 우주를 향한 도전을 호의적으로 바라보는 입장도 많았습니다.


벼농사는 기후위기에 줄여야 하는가? 아니면 생존권을 위해 보호해야 하는가?

이 주제 토론에서는 다른 주제와 비교해 매우 다양한 관점과 의견들이 나왔습니다. 벼농사가 가진 의미, 지역적 역사적 맥락과 현재 국내에서 벼 농사에 대한 문제점, 러시아 전쟁에 따른 국제적 상황 등 기후 변화에 영향을 주는 재배법 이야기를 넘어 여러 측면에서 다루어져야 할 주제였습니다.


이번 토론과 앞으로 몇 번 더할 토론모임을 통해 추구하고자 하는 목표는 있습니다. 이런 첨예한 의견들 속에서 모임의 참석자들이 합의한 부분을 문서로 만드는 것입니다. 문서 작업을 통해 ESC라는 시민단체가 사회에 제안할 수 있는 합의점들을 공유하고, 우리가 당장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토론하고 합의해야 할 것들을 도출하는데 활용이 되었으면 합니다. 아울러 ESC에서 합의를 이끌 수 있는 토론 문화를 확산 시킬 수 있는 전파자 역할 또한 중요한 일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래서 다음 토론들이 기대됩니다. (12/03 2차 토론모임)

개인적인 의견의 토론 후기라 다른 참석자들의 생각과 다를 수 있으니, 이점은 고려해서 읽어주시면 좋겠습니다.

- by 이강수(퐝아재) -